대청봉에서 중청대피소로 향하는 포토존에서 등산객들이 저마다 멋진 포즈를 취하며 가을 추억을 담고 있다.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에 오른 등산객들이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양양군청 강영근 주무관이 대청봉 이정표에 온도계를 새로 설치하고 있다.
지난 2일 일상 회복 첫해를 맞아 설악산의 가을 단풍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최고봉인 대청봉(1708m)을 최단 거리인 오색에서 올랐다.
새벽 3시 30분 양양읍에서 출발해 오색그린야드호텔 주차장에 주차한 후 4시 10분 오색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설악산 가을 산행에 나섰다.
짙은 어둠이 깔린 상황이라 랜턴을 켜고 스틱과 무릎보호대에 배낭을 메고 간간이 들려오는 설악폭포 소리를 벗 삼아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색에서 대청봉까지는 평균 편도 소요 시간이 일반인 기준 4시간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앞뒤 등산객들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어둠을 헤쳐갔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경사도가 가장 가파른 ‘하드코스’에는 6곳의 안전 쉼터를 조성해 무리하지 않고 오를 수 있도록 일반 등산객들을 배려한 것이 눈에 띄었다.
대청봉을 최종 목적지로 1/3가량을 오르니, 설악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냈고,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며 에너지를 보충한 후 다시 산행에 나섰다. 이 코스의 절반가량을 지나면 가파른 경사도를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만든 철계단이 등산객들을 마주한다.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10구간으로 이뤄진 이 철계단을 ‘마의 구간’으로 불린다. 이 구간 중 절반에 해당하는 철계단을 지날 무렵인 오전 6시 20분경 칠흑 같던 어둠은 걷히고 멀리 동해 바다에서부터 서서히 붉은 소의 혀처럼 일출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앞뒤로 산행에 나서던 등산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멀리 보이는 붉은색의 일출을 연신 담아내기에 바쁘다.
해발 1708m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을 앞두고 1200m 고지대를 지나면서 잠시 쉬는 구간에는 어김없이 설악산 다람쥐들이 두려움 없이 다가와 먹이를 달라는 듯, 주위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에 등산객들의 피곤함도 잠시 사라진다.
전날 중청대피소에서 숙박한 등산객들이 이른 시간에 오색으로 하산하면서 힘겹게 오르는 등산객들을 격려했다. “고생이 많습니다. 이제 30분 정도면 대청봉이 눈앞에 보이니, 힘내세요. 파이팅!”
이들의 성원과 격려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땀 흘려 등산하는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철계단 10코스를 지나면 말로만 듣던 아고산 지대에 들어서게 되고, 대청봉 7부 능선인 이 주변에서부터 형형색색 붉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남은 에너지를 있는 힘껏 소모하면서 멀리 서부 능선이 시야에 들어올 무렵, 빨간색의 대청봉이라는 표지석이 커다랗게 눈에 들어왔다. 오전 8시 드디어 설악산의 최정상 해발 1708m 대청봉에 발을 딛는 순간 지나온 4시간의 숨 가쁜 산행의 힘든 과정은 눈 녹듯, 이내 사라지고 탁 트인 동해바다와 울산바위 등 외설악과 속초 시내가 한 폭의 아늑한 풍경화를 연출하고, 북서쪽으로는 서부 능선을 따라 인제군이, 북쪽으로는 향로봉을 위시한 고성군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방방곡곡서 온 등산객, 가을 산행 ‘만끽’
대청봉 정상에는 먼저 오른 등산객들 50여명이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외설악의 시작점인 설악동 소공원에서 오른 등산객들, 오색령(한계령) 서부 능선을 타고 6시간이나 산행한 이들, 중청대피소에서 잠시 쉬고 오색으로 하산하려는 등산객 등으로 대청봉 표지석 주변은 가히 유명 관광지를 방불케 했다. 저마다 멋진 포즈로 기념 촬영을 하는 등산객들의 연령층도 10대 청소년들부터 70대 어르신들까지, 사는 곳도 전국 팔도 방방곡곡으로 다양했다.
잠시 머문 대청봉에서 내려다본 공룡능선과 울산바위는 조선시대 천재 화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아름답다는 표현 말고는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조심스레 중청대피소로 내려가 취사가 가능한 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는 설악산의 가을 단풍을 확인하고자 희운각 대피소 주변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 주변에는 붉은색의 단풍들이 가을 설악산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날 대청봉의 최고 기온이 영상 10도를 기록하면서 설악산의 가을 단풍은 이달 중순경이면 해발 1,000m를 지나 국도에서도 뚜렷하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서부 능선을 따라 중청대피소까지 산행한 등산객들은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일상 회복 첫해의 가을 설악산 단풍을 조금 더 일찍 보기 위해 찾았는데, 정말 공기 좋고 산세도 수려해 힐링이 된다”며 “붉게 물든 가을 단풍이 마음의 안식까지 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설악산 대청봉과 중청대피소 사이에는 이곳에서만 자생하는 눈잣나무와 이를 먹이 삼아 서식하는 잣까마귀가 연신 비행하며 등산객들을 반겼다.
쓰레기도 줍고 온도계도 교체
이날 함께 대청봉 등산을 안내한 양양군청 홍보팀 강영근 주무관은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정상에 오를 정도로 등산 애호가다. 특히, 강 주무관은 가을 단풍철이면 가장 빠른 구간인 오색∼대청봉 구간에 많은 등산객이 몰려, 이들의 안전 산행과 환경보호를 위해 등산로의 고사목을 치우고 쓰레기도 줍는다.
이날 등산 과정에서도 자칫 탐방로가 아닌 곳으로 갈 수 있는 샛길을 고사목으로 막는 보수작업을 실시했고, 대청봉 정상에 올라서는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에 이전에 직접 걸어놓은 온도계가 분실돼 새로 구입한 것을 설치하기도 했다.
강영근 주무관은 “대청봉에 올라온 모든 사람이 현재 기온을 잘 알 수 있도록 준비했고, 앞으로는 날씨가 더 쌀쌀해지기 때문에 온도계가 필수라는 생각으로 구비하게 됐다”며 “힘들게 대청봉에 올라온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길잡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설악산의 가을 단풍은 지난 2일 현재 해발 1500m 고지인 중청 대피소 주변까지 물들고 있으며, 이달 중순경부터는 해발 1000m를 기점으로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청 대피소 관계자는 “현재는 중청 부근에 머물고 있는 설악산 단풍이 기온이 더 내려가면 빠르게 번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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