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아파트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던 곳에서 작업자들이 우수관을 설치하고 있다.
태풍 카눈이 들이닥친 지난 8월 10일, 폭우에 옛 속초시선관위 부근의 동해대로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미처 빠지지 못하는 빗물 때문에 도로는 침수됐고 결국 통제됐다. 동해대로 바로 인근에서 젓갈업체를 운영하는 김영수 동해랑 대표의 신축건물 또한 침수피해를 입었다. 조금만 비가 더 내렸으면 전기 콘센트로 물이 들어가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만 50여 년째 젓갈전문 제조업체를 운영해온 김 대표는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5월 매장과 공장을 새롭게 준공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침수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들 들어서면서 침수 시작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조양동의 주공아파트들이 있던 곳은 대부분 논이었고, 하천이 있었다. 비가 많이 내려도 논에서 빗물이 임시 저장되고, 하천을 통해 청초호와 바다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20여 년 전 주공아파트를 비롯해 공동주택들이 속속 들어서며 땅이 콘크리트화 되면서 침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 태풍처럼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지대가 낮아진 주택가나 도로변으로 빗물이 한꺼번에 모이면 속수무책이다.
김 대표는 신설 도로 공사 현장에서 올라온 오수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미처 마무리되지 못한 오수 펌프 공사 자리에서 빗물과 오수가 섞여 신축 건물 내부로 차올랐고, 물이 빠진 이후에도 오물로 인한 냄새와 벌레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현재 동해대로와 KCC아파트가 있는 조양로를 연결하는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가 11월 중순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도로가 개설되면 교통은 편리해지겠지만 폭우가 내리면 도로가 침수되고 주민들의 침수피해가 계속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KCC 아파트 옆쪽에는 인공적인 수로를 뜻하는 구거가 있다. 비가 오면 주변 산과 높은 지대에서 내려오는 우수가 구거를 통해 도로 밑으로 흐르게 되고, 동해대로로 연결된 지하 우수박스 즉 배수암거를 통해 나가게 되어있다.
속초시 건설과는 태풍 ‘카눈’ 때 조양동 일대의 도로가 통제될 정도로 침수됐던 이유는 KCC 아파트의 구거에서 받아주지 못한 우수가 지상으로 넘쳐흘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빗물은 가장 지대가 낮은 주공4차 옆 진대감 쪽으로 흘러 내려가는 형태라 공사 중인 개설도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도로 공사 중인 부지에는 기존에 거주하던 집들이 있어 큰 우수관이 지나갈 수 없었지만 주택들이 철거된 곳에는 현재 700mm의 우수관과 300mm 오수관을 묻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침수문제 관심 갖고 공론화됐으면”
김영수 대표는 10년 넘게 1년에 몇 번씩 침수를 겪다 보니 몸도, 마음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여름 태풍과 폭우 피해의 흔적도 다 정리하지 못했다.
그는 청학동, 금호동, 아남프라자 일대 등 상습 침수구역을 거론하며 20년 가까이 반복되는 침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걸까 늘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초가 발전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주민들이 어떤 피해를 입는 지에 대한 관심과 문제 해결도 동시에 가야 해요. 신청사 건립 토론회를 열었던 것처럼 침수 피해에 대해서도 외부전문가를 초빙해 함께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민토론회를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속초시는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도시침수 대응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속초에서 상습적으로 침수가 일어나는 곳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조양동 KCC 아파트 부근에 있는 구거에서 합류하는 우수는 진대감 옆 조양로 64번길 아래의 배수암거로 흐르도록 설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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