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흘리 ‘심심해書’ 서점 주인장 이완주 씨가 서점 입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고성군 흘리 ‘심심해書’ 서점이 올해 7월에 문을 열었다. 서점 주인인 이완주(63) 씨는 유통전문 대기업에서 35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했다. 그의 오랜 꿈은 조용한 오지에서 본인 만의 소박한 서점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주말이면 전국을 누비며 명당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인제군에 먼저와 자리 잡은 대학 친구가 이곳을 추천했고, 흘리 펜션건물을 구입해 꿈을 이뤘다.
심심해書 책방에는 3천권이 넘는 책이 있다. 이중 시집이 370여권이다. 이 씨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시집 300권을 소리 내 읽는 것이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시를 낭송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책은 주인장이 읽었던 책이지만 일부는 서적 판매대리점과 계약하고 들여놓았다. 책을 판매하기 위해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다. 꽂혀 있는 책들은 인문과 예술, 문학, 마케팅,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여서 주인장의 독서 폭과 깊이를 짐작게 했다.
이 씨가 태어난 곳은 충청도 두메산골이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교과서 외의 책은 보지 못했다. 이런 그가 책에 빠지게 된 계기는 심심해서다. 서울로 대학을 진학했지만, 워낙 시골 생활이 몸에 밴 그는 도시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집과 대학 도서관에서 독서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대학 도서관 어느 위치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알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서점을 독서하며 힐링하는 북스테이의 성지로 가꾸고 싶다고 했다. 책뿐만 아니라 천연발효 빵과 드립커피 등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판매를 시작했다. 또 넓은 잔디밭에서 오토캠핑과 차박, 서적 캠핑 등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무엇이든 하며 책을 읽고 가는 쉼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숙박 펜션을 하려면 정착 후 6개월이 지나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현재는 책방만 운영하고 있어요. 숙박이 가능해지면 북스테이를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 언제든지 놀러 와 쉬면서 책을 맘껏 읽고 가는 곳이 됐으면 해요. 마을주민들이 지나가다 신기해서 들어오곤 합니다. 오시면 따뜻한 차 한잔하며 이야기를 해요. ‘우리동네 책방 생겼다’고 밖에 나가 자랑할 거라고요.”
올해 말이면 이곳은 ‘심심한家심심해書’ 북스테이로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이곳은 흘리 알프스 스키장 가는 길에 있다. 가까이에는 고성 8경 중 하나인 마산봉이 있다.
성낙규 기자 nk_2232@naver.com
서점 내부로 책을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책이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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