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난 12일 현음악학원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속초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에 한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려면 티켓값만 수십만원에 이르는데 이 공연은 무료 관람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악기를 전공한 전문연주자들 수십 명이 움직여야 하는 오케스트라가 작은 지역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현재 50여 명으로 구성된 속초챔버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놀랍게도 초등학생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한 나이대와 서로 다른 생업을 가진 속초 시민들이다.
매주 강사들 지도로 파트별·합주 연습
“모든 사람이 돈의 부담을 덜고 편하게 음악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지난 12일 단원들의 연습 장소인 조양동 ‘현음악학원’을 찾았을 때, 황정미 속초챔버오케스트라 대표와 윤여순 단장, 김아영 지휘자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세 사람을 포함해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피아노를 연주하는 7명의 음악 강사들이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이전에는 각자 다른 음악단체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 우연히 음악인들끼리 모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 지나치게 이익을 따지는 현실에 모두가 공감했고,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뜻을 모아 지난 5월 순수아마추어들로 꾸려진 ‘속초챔버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처음엔 10명이 조금 넘는 단원들과 작은 규모로 이끌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창단한 지 4개월 만에 50여명으로 늘어난 것은 강사들도 예상하지 못한 숫자였다. 속초에 이렇게 클래식 음악에 목말랐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구성원은 각양각색이다. 악기에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짧은 시간에 극복해 지금은 주니어 악장을 맡고 있는 중학생부터 부모님의 반대로 음악이 아닌 다른 전공을 하고 있지만 언젠간 지휘자가 되는 날을 꿈꾸는 스무 살 청년, 동물병원, 학원, 떡집, 젓갈가게 등을 운영하는 어른들, 학교 교사도 있다. 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가슴 한편에 접어두었던 음악의 꿈을 위해 작은 용기를 낸 것이 모두의 공통점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현음악학원에 모여 먼저 파트별로 연습하고, 이후 다른 악기와 합주하는 시간을 가진다. 대부분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고 실력도 천차만별이라 강사들은 격려해가며 차근차근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잘하고, 못하고 실력의 평가를 떠나 단원들이 최대한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강사들의 진심 덕분인지 단원들의 반응은 늘 살아 숨쉰다. 주로 혼자 악기를 연습해왔던 몇몇 신입 단원들은 처음으로 다양한 악기와 맞춰보고 여러 사람과 음악으로 소통하니 진정으로 가슴이 뛴다는 소감을 전했다고 한다. 거의 보수 없이 봉사로 악기를 가르치는 강사들이 가장 힘을 받는 순간이다.
“서로 다른 악기가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오케스트라거든요. 순간 내 소리가 튀더라도 다른 악기들이 보완해주기도 하고, 다양한 소리가 어우러질 때 가슴이 뛰고 온몸에 소름 돋는다는 말들을 많이 해요. 그런 경험들이 단원들이 꾸준히 모이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단원들 느는데 연습장소 비좁아 걱정
오는 24일 창단연주회를 코앞에 두고 모든 단원이 열정을 불태우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일요일이면 현음악학원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왁자지껄하다. 강사들이 근심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첫 연주회가 끝나면 새로운 단원들이 더 들어오는데 지금의 장소는 너무 비좁다며 한숨을 쉬었다. 음악의 갈증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은 눈에 띄게 늘어나는데, 시에서 주말만이라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모든 속초시민이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을 느끼길 바라는 만큼 꾸준히 단원을 받을 생각이다. 단원이 늘어나면 주니어, 청소년, 성인별로 오케스트라를 나누어 운영할 계획이다. 강릉, 춘천, 인제 등 다른 지역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비전도 그리고 있다.
불안과 무기력이 만연한 시대에 꿈을 가진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속초챔버오케스트라가 지역사회에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기대해볼 만하다.
한편, 제1회 속초챔버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는 24일(일요일) 오후 3시에 속초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은 전화(010-5377-0033)로 연락하거나, 인스타그램(@sokcho_chamber_orchestra)으로 문의하면 된다.
정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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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챔버오케스트라 제1회 창단연주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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