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적 자연환경의 파괴에 직면하여 우리는 어떠한 철학적 관점을 가지고 대처해야 하는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와 노력이 필요한가?
인류는 이제 생명을 새롭게 이해하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회복하여 모든 힘을 통제할 수 있는 생명과학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세계관과 윤리관을 재정립해야 한다.
생명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서양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생명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영혼이 생명의 원리라고 보았다. 생명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며 영혼은 바로 생명체의 움직이는 힘이며 원리로 이해되었다. 생명은 생명을 가지지 못한 것, 즉 영혼을 지니지 않은 물질과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존재이며 바로 이점에서 생명을 지니지 못한 물질과는 다른 생명의 고유한 가치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철학 사상 연구회는 《세계를 바꾼 아홉 가지 단어》에서 “요나스는 기술 문명이 제시하고 있는 희망의 약속이 오히려 인류의 종말을 재촉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음속에 그려 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의 ‘사려 깊은 경고자’는 ‘의심스러울 때는 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에 귀 기울여’ 거기에 상응하는 공포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재촉한다. 이제 우리는 과학기술 문명이 떠벌리는 미래의 구원보다는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불행들을 이야기함으로써 미래 인류가 처하게 될 운명을 진단해야 한다. 지상 낙원을 건설하려는 헛된 욕망에 모험을 걸기에는 인류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도 엄청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한스 요나스는 《생명의 원리》 중에서 생명을 기계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물질로 간주하는 기계론적 생명관을 넘어서야 한다고 보고, 자연이 목적을 가진 것임을 강조한다. 모든 존재하는 것에 내재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자기 긍정’이다. 존재의 자기 긍정이란 존재가 스스로 존재를 비존재(죽음)보다 절대적으로 좋은 것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모든 생명체의 단순한 물질대사마저도 이러한 ‘자기 긍정’의 노력이라고 보고 있다. 요나스의 생명철학은 모든 생명에 대하여 인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명에 대한 책임의 윤리로 나타나며, 인간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존재 자체를 책임짐으로써만 자신의 존재를 추구할 수 있다
특히 자연 친화적인 삶의 태도는 동양의 자연관에도 잘 나타나 있다. 유학에서는 도덕적 사랑인 인(仁)을 자연에 대한 감사로 전환시킨다. 인간을 포함한 만물이 모두 본래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를 추구하였다. 또한, 주역에서는 ‘하늘과 땅은 서로 느끼고 상응하고 교합하면서 끊임없이 만물을 낳고 기르는 존재’라고 하여 자연을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보았다.
장재의 《서명》에 “하늘은 아버지라 하고 땅을 어머니라고 부르는데, 나는 조그만 몸으로 이 가운데 홀연히 일체가 되어 존재한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에 가득 차 있는 형상은 나의 몸이요, 하늘과 땅을 거느리는 모든 원리는 나의 마음이다. 백성과 나는 같은 배에서 태어났고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한 형제이다”라고 하였다. 공자는 《중용》 <제30장>에서 “위로는 하늘의 뜻을 법으로 삼고, 아래로는 물과 흙의 이치를 따랐다. 비유하면 마치 하늘과 땅이 지탱해 주거나 실어 주지 않음이 없으며, 덮어 주고 감싸 주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다. 만물은 함께 자라지만 서로 해치지 않으며, 도는 함께 행하지만 서로 거슬리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인간의 윤리 또한 자연의 윤리와 같아서 인간은 자연과 조화하고 공존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