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묻어나는 계절의 향기가 다채롭다. 이른 아침에 느끼는 서늘함과 습기가 거의 사라진 한 낮의 따사로운 햇볕, 고즈넉한 산과 호수, 파스텔 질감이 느껴지는 맑고 높은 하늘, 들녘으로 넓게 퍼지는 노랗고 붉은 색감들은 가을이 우리 곁에 성큼 와있음을 이야기한다. 가볍고 상쾌한 민트향이 섞인 가을 향기에는 지난여름의 무더위와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고마움이 가득 묻어있다.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지역 축제와 행사 역시 다채롭게 열린다. 영동지역만 보더라도 설악문화제, 양양송이축제, 연어축제, 강릉 커피축제, GTI국제무역투자박람회 등 크고 작은 축제들이 이 계절에 열린다. ‘축제’가 지닌 어감에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들뜨게 하고, 웃게 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신비한 마법이 담겨있다.
축제는 본래 ‘예술적 요소가 포함된 종교적 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축제의 ‘제(祭)’에서 알 수 있듯이 초자연적 존재인 ‘신’에게 바라는 것을 기원하는 제사의 성격이 포함된 것이다. 선사시대에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주된 식량이었던 동물의 이동이나 열매의 성장이 이루어져 이를 관장하는 신령스러운 힘에게 의식을 행하며 동물과 식물의 풍요로운 번식을 기원하였다.
우리나라 축제의 뿌리는 보통 제천의례(祭天儀禮)로 둔다. 고구려의 10월 동맹, 부여의 정월 영고, 예의 무천 등 고대국가에서 행하던 ‘사람들이 모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술과 음식을 즐기고 신에게 소망을 빌던 관례적 행사’를 제천의례라 하였다. 즐기고 노는 것만이 아닌 신앙적 성격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 축제에 종교적 색채가 많이 사라지기는 하였지만 설악문화제에서 산신을 제단으로 모시는 의례인 영신제나 신을 보내는 송신제 의식을 중요하게 치르는 것을 보면 축제에 여전히 신앙적 의미가 포함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축제에서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는 ‘거리 퍼레이드’이다. 지역 주민, 학생, 각종 단체 등이 어우러져 저마다 특징적인 의상을 갖추고 중간 중간 퍼포먼스도 하며 거리 행진을 하면서 다양하고 재미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역 사회의 단결과 질서, 그리고 결속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기도 하다. 사회공동체의 결속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도 축제가 지닌 순기능적 역할이다.
학교 축제들도 가을 축제 전후로 다양하게 열린다. 단위 학교별로 열리는 축제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진다. 소수의 학생만이 참여하는 인기 있는 예능프로그램 모방 등을 주로 하던 과거 학교축제의 틀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 기획 및 준비에 참여하여 교육 성과물들을 선보이는 등의 교육적 내용들을 담은 내용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동아리, 교과, 특기 적성 활동들의 결과물들이 전시되고, 전통문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어우러지는 공연프로그램, 다양한 진로진학 프로그램,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UCC 동영상 등이 준비되기도 한다. 또한 지역 전문 단체들도 함께 참여해 다양한 공연 및 상담도 진행된다. 학교생활과 연계되며 학교 구성원 대부분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학생들이 직접 준비하고 참여하는 이러한 축제들은 교육의 긍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학교 축제가 중요한 교육과정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학교 축제 중 특별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중학교 자유학년제 프로그램과도 연계되는 진로지도 프로그램이다. 지역에서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직접 멘토로 나서 직업에 대한 소개와 상담을 진행한다. 자신이 지닌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멘토링인 만큼 학생들에게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할 수 있어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는데 유익한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속초시청 역시 관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무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공무원이라는 직업군이 학생들이 선호하는 미래의 직업이라는 점에서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좋은 사례들이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하늘에 제를 올리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처럼 소중하고 항상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용석
강원도교직원수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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