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 대양호 납북귀환어부사건 재심 공판에서 54년 만에 재심 무죄 선고가 나온 후, 참석한 가족들과 단체회원 20여명이 기념촬영을 하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속초와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에서 납북귀환어부 재심 무죄판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54년 만에 열린 대양호 납북귀환어부사건 재심 공판에서 고인이 된 5명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묵호 선적 대양호 선원들은 지난 1968년 11월 8일 동해상에서 명태잡이 조업 중 북에 납치되었다가, 다음 해인 1969년 5월 28일 거진항으로 귀환해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구금을 당한 채 구타와 고문을 동반한 불법수사를 받고 간첩으로 내몰려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형사처벌을 받고 나서도 위험인물로 낙인이 찍혀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감시와 사찰을 당했으며, 가족과 친척들까지도 신원조회 등으로 취업과 진학이 좌절되는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번에 무죄를 선고받은 정완교, 황대성, 김금성 등 3명과 대양호 선장 김익순은 납북귀환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지 1년 만인 1970년 6월 보안부대 수사관들에게 영장없이 연행된 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4년~7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11년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져 2014년 서울고등법원에서 불법감금과 고문 및 가혹행위가 인정되고 범죄 혐의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속초에 거주하는 대양호 기관장 장천식의 딸 장옥주 씨는 지난해 6월 2일에, 다른 4명의 피해자 가족은 지난해 12월 30일 강릉지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1969년 당시 공판 기록이 확인되지 않아 재심 개시가 지연되었다가, 올해 2월 7일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결정이 이뤄지면서 재심이 개시되었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 가족과 진실규명 시민모임 회원 등 20여 명이 참석해 54년 만에 이뤄진 재심 무죄판결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한편, 지난 8월 30일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서 납북귀환어부 23명에 대해 재심 무죄선고가 있었다. 이번 재판은 피해 당사자 1명의 재심 청구와 피해자 22명에 대한 검찰 직권 재심 청구로 재심이 개시되어 열렸다. 단 한 차례의 재심 공판에서 검찰의 무죄구형과 변호사 변론, 무죄 판결이 동시에 이뤄졌다.
경북 영덕에서도 납북귀환어부 재심 무죄선고가 두 차례 있었다. 지난 7월 9일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은 1969년 5월 28일 귀환한 영덕호 선원 김영달과 고인이 된 천수광, 김규영, 이정길, 김상달 등 4명에 대해 재심 공판을 열어 무죄를 선고했다. 영덕지원은 8월 9일에도 검찰에서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영덕호 선원 남해수와 동일호 선원 김종택, 이종락에 대해 재심 공판을 열어 무죄를 선고했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지난 2020년 7월 15일 창동호 선원 4명이 재심 무죄선고를 받은 이후부터 지난 8월 31일 현재까지 113명의 납북귀환어부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별로는 속초지원에서 2020년 4명, 2022년 15명, 2023년 42명으로 모두 61명이 무죄선고를 받았고, 올해 들어 강릉지원에서 9명, 춘천지방법원에서 36명,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에서 7명이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엄경선 전문기자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