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고려 귀어 선택…1년 전 정착 ”
연승어선으로 문어·대구 등 조업
귀어인 김종구 씨.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하는 일이 정말 필요해서 하는 일들인가’ 하는 회의감을 많이 들었어요.”
22년 동안 IT(정보기술) 직종에서 일을 하던 김종구 씨는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일의 가치’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다. 고객에게 팔기 위해 만드는 서비스들이 억지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몸을 쓰며 사는 ‘순수한 일’을 하고 싶었다. 2~3년간의 준비 끝에 1년 전, 김종구 씨는 서울을 떠나 속초에 왔다. 그리고 귀어인이 됐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를 지난 14일 귀어인의 집에서 만났다. 귀어인의 집은 속초시가 귀어귀촌 희망자의 안정적인 어촌정착을 돕기 위해 청호동에 마련한 임시거처이다. 김 씨는 지난 1일 입주한 ‘귀어인의 집’ 1호 입주자이다.
속초에서 귀어를 결심하다
사실, 귀어는 귀농에 비해 생소하다. 실제 2022년 통계청의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귀농인은 1만2,660명, 귀어인은 1,023명이다. 대부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귀농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왜 김종구 씨는 귀농이 아닌 귀어를 선택한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수익성을 고려해 귀농보다 귀어를 선택했다”고 현실적인 답변을 내놨다. 가장인 김종구 씨에게는 수익이 꽤 중요했다. 귀농은 땅을 구해 농작물을 심어도 바로 돈으로 바뀌지 않아 2~3년 안에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귀어는 배만 준비되면 바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씨는 문어로 유명한 고성군 반암항에 정착하고자 했지만, 도시생활을 해와서 반암항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속초를 소개받았고, 연승어선을 구입해 문어와 대구 등을 잡고 있다. 속초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 운전을 안 하는 아내가 속초를 다녀가기 편해 좋았다.
초기 부담 줄여주는 ’귀어인의 집‘
귀어인의 집의 입주 기간은 1년으로 1회에 한해 연장 가능하고 최대 2년까지 지낼 수 있다. 입주자는 월 9만4,150원의 임대료를 내고 공과금은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김종구 씨는 귀어인의 집 임대료가 적어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귀어하면서 가장 힘든 건 초기 자금 문제다. 귀농보다 수익화의 이점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귀어인은 약 1년 동안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또 어촌계 가입을 위해 어촌계 내 명확한 거주지가 필요하지만, 청호동에서 바로 집을 구해 살기 어려웠다. 김 씨는 귀어인의 집에 들어온 후 “귀어한 느낌이 들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귀어인들은 집에 대한 고민이 많은 만큼 귀어인의 집이 더 늘어나길 바랐다. 주변에 여러 개가 생겨 모여 살 수 있다면 연고가 없는 귀어인들이 서로 의지하며 정착하는 데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른 새벽 배를 타고 나가 조업을 하면, 해가 떠오르고 바다는 붉게 반짝이기 시작한다. 일은 힘들어도 일출을 볼 때면 귀어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열정적인 어부 김종구 씨는 귀어를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귀어한 이후로 그의 삶은 달라졌다. 직장인들과 달리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 3시에 나와 4시에 출항한다. 선배 어부들보다 늦은 시각인 낮 12시에 조업을 마치고 위판을 하다 보면 어느덧 1시다. 점심을 먹고 다시 간단한 낚시 준비를 하기도 한다. 고된 일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종구 씨와 귀어인 동기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귀어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
정애진 인턴기자 aejinsk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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