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JTBC》 신년 대기획 ‘세 개의 전쟁(3부)’으로 방송했듯이 기후변화는 결국 식량 위기를 가져온다. 식량부족으로 인구이동과 다툼이 발생한다. 각국이 곡물창고의 빗장을 걸어 잠그면,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은 불가피하게 된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국제 종자 보관소’(핵전쟁, 소행성 충돌 등 전지구적 재난에 대비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도록 씨앗을 보관하는 창고)같은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씨앗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고 식량을 둘러싸고 치열한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상황의 차이는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미 증명해주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곡물창고, 수출항인 오데사 항구, 밀 생산지 포격 등으로 밀 생산과 수출길이 봉쇄됨에 따라 세계 곡물 가격은 폭등하게 되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이런 상황으로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할 것이고, 식량의 무기화로 세계 곡물 수출 국가들은 수출을 중단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재고를 늘림으로써 식량은 더욱 부족해지고 공급망이 원활하지 못해 식량 조달은 위기에 처해지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식량 전쟁에서 가장 치명적인 위기를 맞이할 나라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 초반대로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식량자급이 최하위 수준인 한국이야말로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인간 우월주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성장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로 과학기술의 자연지배 현상으로 환경 및 생태계 파괴를 가져왔다.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산업화·도시화와 더불어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가져와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하게 되었다. 인간의 최고 발명품인 과학기술 문명이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많은 부분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훼손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이 전혀 없다. 심각한 위기 상황은 급속하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누적되어 먼 훗날 어떤 결과로 우리 눈 앞에 펼쳐질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지만, 만약 이대로 간다면 큰 재앙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산업화와 도시화 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훼손, 열대 산림 파괴, 생물 종 다양성 감소 등 생태계 전반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어 현대의 환경 문제는 생태계의 자정 능력의 범위를 넘어서 각종 비정상적 재해는 갈수록 심화되고, 지구환경의 악화는 동식물과 더불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 수위에 올라 있다.
모든 생물은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적 요소와 무생물적 요소 등 다양한 구성요소는 작용과 반작용을 통해 하나의 조절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른바 생태계이다. 이 생태계는 각 구성인자들의 유기적 관계로 인해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의 폐수·매연 배출, 냉난방기의 대기오염 배출, 합성세제 사용에 의한 수질 오염, 자동차 매연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 방사성 및 기타 유해성 폐기물은 토양·수질·대기의 오염 등 환경을 파괴시키고 있다. 석유·석탄·천연가스 등과 같은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은 에너지 및 자원의 고갈뿐만 아니라, 여기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를 가져왔다. 즉 오존층 파괴로 강한 자외선을 받아 식물들의 엽록소가 파괴되어 곡물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사람들의 피부질환은 증가하며, 온실효과로 인한 대기 온도의 상승은 지구 곳곳에 사막화를 확대시킨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경험하는 예측불허의 폭풍과 호우 등의 기후변화, 남북극 및 고산지대의 빙설이 녹아 해수면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의 위기는 지구가 회복 불능의 병이 들어 생태계의 유기적 관계가 교란되어 자정 능력을 상실함으로써 ‘항상성’ 유지를 어렵게 한다.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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