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양양 3개 시군의 문화재단이 지난 8일 개최한 ‘속·고·양 Go-East 포럼 with 가미야마’를 개최했다.
‘속·고·양 Go-East 포럼’에서 전옥랑씨와 박대우 온다프레스 대표, 정미현 ㈜ 빛나르고 대표가 지역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청년이 오는 도시의 조건은 무엇일까. 속초·고성·양양 3개 시군의 문화재단이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문화를 통한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포럼이 지난 8일 개최되었다. 속초문화도시센터 주관으로 개최한 ‘속·고·양 Go-East 포럼 with 가미야마’는 일본 가미야마의 성공사례와 실제 동쪽으로 이주한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영북지역이라고 불리는 동쪽의 가치와 의미를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포럼의 문은 속초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 총괄기획자인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가 열었다. 권 대표는 영북지역의 역사문화적 동질감과 현재의 문제점을 진단한 후 ‘Go-East’가 지역 간 연계 문화활동으로 공존의 삶을 모색하기 위한 시작점임을 강조했다. 속초시가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여정에서 ‘공존’의 가치를 확인하고 시민의 문화 요구에 대한 실천의 과정이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고영직 문화평론가는 <사라지는 도시, ‘살아지는’ 도시>라는 주제발표에서 우정과 환대의 도시철학을 강조하고 지역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위해 곁, 편, 품이 살아있는 도시를 제안했다.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고 ‘편’을 들어주며 ‘품’어 줄 수 있는 도시는 ‘살아지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살아지는’ 도시는 ‘자본중독, 소비중독’의 신자유주의적 믿음과는 다른 삶을 지향하며 지역에서 ‘스스로 행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도시이다. 곁, 편, 품을 위해서는 ‘마을의 주인이 나라는 1인칭의 마음을 갖고 사는 주민들’이 있어야 한다. 이런 성공사례가 ‘가미야마 마을’이었다.
30년에 걸친 커뮤니티의 성과, 가미야마
두 번째 섹션 <가미야마의 경험>은 가미야마연대공사의 다카다 토모미 이사와 비영리법인 그린밸리의 가토 요코가 들려주었다. 가미야마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바위에 앉아 무릎 위 노트북으로 도쿄본사와 화상회의를 하는 프로그래머의 영상이 2011년 NHK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인 이슈를 만들었던 마을이다. 2020년 기준 인구 4,640명, 고령화율 54.7%의 이 작은 마을에 일본의 대표적인 IT 관련 혁신기업의 위성사무실이 16개 넘게 이주했다. 다카다 토모미 이사는 가미야마의 성과가 30년에 걸친 성장과 변화였음을 강조했다. 1990년 가이야마 출생의 오오미나미씨가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후 미국에 보낸 인형귀향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1999년 예술가들이 일정기간 마을에 머무르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2004년 마을의 변화를 주도하는 NPO ‘그린밸리’의 탄생과 지자체의 광대역 인터넷 설치, 2010년 도쿄 시부야 본사의 ‘산산’ IT벤처 기업의 위성 사무실 개소, 2016년 민관 행정거버넌스인 사단법인 가미야마 연대공사의 설립과 활동으로 이어지면서 일어난 성장과 변화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을만들기를 실천하는 마을주민의 태도이다. 사람을 환대하는 개방성이 다양성을 만들고 관계자본이 쌓이면서 마을의 가능성이 모이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마을’이 개인의 ‘마음’이 모이는 곳이라는 사람 중심의 문화이다. 주민의 개방성이 레지던스 프로젝트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만들고 새로운 가치관과 새로운 교류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개방성이 만든 다양성은 지산지식(地産地食) 원칙을 통한 ‘푸드허브 프로젝트’, 가미야마의 나무자원을 활용한 임업 프로젝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워크 인 레지던스, 임업과 건설업이 조합된 ‘오노지 공동주택 프로젝트’, 농업학교 운영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세 번째 섹션은 속초, 고성, 양양에서 동쪽의 삶을 찾아 이주한 이들의 사례발표 ‘나우토피아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나우토피아(nowtopia)는 다른 삶의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양양 귀촌 5년차인 전옥랑씨는 교육 및 육아공동체 ‘너와하랑’,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공동체 양양 새활용주식회사와 지역 커뮤니티 사업을 펼치는 로컬브릿지 양양에서 활동하고 있다. 낮은 급여와 일자리 부재라는 지역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생활과 높아진 삶의 질이 지역을 ‘살아지게’ 만드는 동력이다. 고성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박대우 온다프레스 대표는 성과주의, 중앙중심의 편견에서 우선 탈피해야 함을 강조한다. 지역의 편견을 깨기 위해 중앙집중적 가치와는 동떨어지는 것을 찾고, 직접 발품을 팔면서 지역을 만났다. 전국에 있는 지역 출판사가 연대하여 지역의 숨은 문화적 요소를 발굴하는 ‘어딘가에는’ 시리즈, 전지구적인 생태, 평등, 노동의 위기에 맞서기 위한 작은 파도같은 이야기 ‘파도문고’ 시리즈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 지역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의미에서 나우토피아(nowtopia)의 현실태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발표자는 속초에서 예비사회적 기업 ㈜ 빛나르고를 운영하는 정미현 대표였다. 빛나르고는 청년네트워크와 문화도시라는 속초시 정책에서 만난 청년들이 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며 자생력을 갖춰가는 과정을 발표했다.
개방성과 다양성이 만든 관계자본의 힘
가미야마는 개방성과 다양성이 만든 관계자본의 힘이 창조 커뮤니티로 이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다른 삶의 실천이 가능한 지역의 가능성이 새로운 관계인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전정환 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최근 발근한 <커뮤니티 자본론>에서 청년이 운 좋은 기회를 얻고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립하며 다양한 커뮤니티 자본을 통해 경력단절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양, 고성, 속초의 Go-East 사례가 그렇다. 경력단절을 극복하게 만들고(양양), ‘삶은 우연의 것들로 구성된다’라는 관점으로 지역의 편견을 깨게 만들며(고성), 커뮤니티 자본으로 지속가능한 지역의 삶을 실천하게 만드는(속초) 사례에서 ‘Go-East’의 조건을 탐색할 수 있다. 속초는 문화도시의 과정에서 ‘공존’의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고성은 문화도시를 준비하며 마을이 1인칭의 마음이 모이는 장소라는 가치로 ‘마음풍경도시’를 만들고 있다. 양양은 서핑이라는 라이프스타일로 환대와 포용의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속초가 시작하고 영북지역이 함께 실천할 ‘Go-East’의 상상력과 실천은 이제 장기간에 걸친 도시계획이 되어야 한다. <커뮤니티 자본론>의 문구를 인용하자면 이주민과 선주민,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면서 “관계인구가 도시의 다양성을 높이고 커뮤니티 자본을 키우는 것에 주목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관 공공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공공은 예산을 투입하고 관리감독하던 기존의 역할을 변화하여 민간과 공공을 연결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변화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문화도시는 그렇게 선한 영향력으로 지역의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
김인섭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가미야마 사례를 국내에 소개한 책 <마을의 진화>.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