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혜 그루매니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채 끊임없이 변모하는 나무들의 모험에서 우리는 생존과 방어, 지속 가능한 발전, 그리고 자연의 창조적 가능성을 배울 수 있다.”
영국의 고고학자 맥스 애덤스는 숲속 생활을 하며 쓴 저서 <나무의 모험>에서 위와 같이 말한다. 저자는 숲에서 나무들을 관찰하고 숯을 굽고 물건도 직접 만들어보면서, 나무야말로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와 지혜를 선사한 원천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국내에서도 대도시를 벗어나 귀산촌의 결심을 안고 산과 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 가운데 산림자원의 가치와 역할도 꾸준히 재평가될 수밖에 없다.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산림의 가능성을 발굴하는 동시에 지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림자원을 활용한 주민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전국 각지에는 지역주민과 함께 잠재된 산림자원을 찾고 그들만의 독창적인 산림비즈니스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밀착 지원하는 ‘그루매니저’들이 있다. 설악산과 맥을 같이 하는 속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최다혜 그루매니저를 만나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청년, 속초의 그루매니저 되다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에서 육성하는 ‘그루매니저’는 지역 내 산림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 개발, 그루경영체 발굴 및 육성, 사업계획수립, 창업과 경영개선 등을 지원하는 현장밀착 기획가이자 활동가이다. 올해는 6기를 모집해 총 14명의 그루매니저들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루’는 나무 밑동인 ‘그루터기’를 뜻하며 ‘움싹을 틔우듯 일자리를 만든다’는 의미로 이름 붙여졌다. 속초 지역을 담당하는 최다혜 씨는 서울 사람이지만 속초에서 한 달 살기를 경험하면서 동해바다가 좋아 10개월 정도 속초살이를 지속했다. 그러던 중 지역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민과 소통하며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루매니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문 지식은 없었지만 용기 하나로 지원했다. 속초살이를 하면서 이곳에는 산도 있는데 바다 관광만 활성화가 많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자연에 관심도 많아 발굴되지 않은 속초의 숲의 매력과 임업의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
최다혜 매니저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올해 안에 속초의 그루경영체 5팀을 발굴하는 일이다. 그루경영체는 5인 이상이 참여해 법인화를 통해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지역에 필요한 일자리를 지역주민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산림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지향한다. 지역에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산림자원을 활용해 생산, 판매하는 일을 주로 한다.
앞서 운영하는 다른 지역의 그루경영체들을 살펴보면, 숲생태교육, 정원시공, 산야초전통주, 숲도시락, 목공예, 임산물가공 등 지역 산림의 특성을 살려 주민 주도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루경영체 대부분은 구성원이 중년층이지만, 울산의 ‘숲 딜리버리’는 울산 토박이 청년들이 숲 콘텐츠를 제작하는 그루경영체로, 지역 청년이 발굴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의 좋은 사례여서 눈길이 갔다.
그루매니저는 예비그루경영체가 산림일자리발전소에 정식 선정되기까지 사업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을 돕고 지원서를 작성하는 법 등을 알려준다. 선정된 이후에는 구성원이 지원받고 싶은 부분에 대해 그루매니저가 대신 보고서를 올리고 결제받는 형식으로 행정 지원을 한다. 또 구성원들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견학과 멘토링, 자격증 교육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산림일자리발전소와 그루경영체, 지자체와 그루경영체, 또 경영체끼리 보다 쉽게 교류할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속초에서 그루경영체 발굴 쉽지 않아
최 매니저는 속초에서 그루경영체를 발굴하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느껴진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목공과 관련된 한 팀을 겨우 발굴했지만, 다른 지역의 그루매니저들이 6~7개의 그루경영체를 찾아내는 것을 보면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속초에 연고가 없다 보니 발로 뛰며 그루경영체와 어울리는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지자체에 도움을 구해도 대부분 소극적인 반응이었다. 설악산 덕분에 산 문화에 익숙한 지역주민은 많지만 산림자원을 활용하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최 매니저가 지역민들에게 그루경영체를 소개하며 느낀 것은 개개인이 사업하려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는 것을 낯설어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타인과 맞춰가는 것이 어렵지만, 잘 운영되는 그루경영체를 보면 구성원의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숲으로부터 더 나은 지역사회를 위한 지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설악의 자연을 비교적 가깝게 누리고 있는 우리의 시선은 산과 숲의 미래에도 맞닿아 있는지 상고해볼 일이다.
그루경영체에 관심이 있거나 지원을 원하는 경우 최다혜 그루매니저에게 문의하면 된다. <문의 : 010-9478-8181>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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