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속초시장의 선거 1호 공약이면서 대표공약은 60년만의 시청사 이전(북부권 활성화로 균형발전 ‘통통속초’)이었다. 선거공보물 첫 페이지 한 면 전체를 차지한 것만 봐도 핵심 공약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선거 당시, 시장 후보자 공약을 처음 접한 필자는, 시청사 이전과 북부권 활성화가 상충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북부권 구도심을 지역구로 둔 도의원 후보로서, 북부권 활성화와 시청사 이전의 순서가 바뀐 게 아니냐는(현 청사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밝히고 시청사 이전에 대한 시민 설득) 의견을 제시했고, 시장 후보자 또한 시청사 이전은 북부권 균형발전이 절대조건이라는 소신을 밝혀 조건부 찬성한 공약이었다.
민선8기 속초시는 신청사 건립을 위한 부지 선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올해 6월부터 설문조사를(현장설문, 전화면접, 온라인설문) 진행했고, 결과는 차기 건립위원회 회의에서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8개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통장협의회 등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열었고,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이를 토대로 시는 올해 9월말 6차 건립위원회에서 최종부지를 선정하고, 2024년 6월까지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후, 2026년 3월 공사를 발주해 2028년 12월에 준공을 한다는 계획이다.
속초시가 주민들에게 설명한 자료에 의하면, 부지매입비를 제외한 추정 사업비는 900억원이다. 물가상승률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더 많은 사업비가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수년에 걸쳐 기금 200억원을 적립했다는 것 외에 설명이 없다. 시장의 당시 공약은 명확히 시청사 이전이었다.
취임 후, 북부권 주민들을 중심으로 많은 반대여론이 있은 후, 현 청사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한발 양보한 모양새다. 그래서 시청사 이전이라는 공약이 신청사 건립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속초시의 일련의 추진과정과 설명자료, 설문문항 등을 살펴보면 아마 이전 쪽으로 방향을 잡고 추진하고 있지 않냐는 의구심이 든다.
설명자료의 신청사 건립 필요성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청사 건축물의 노후화, 미래확장성 제한, 청사공간 협소, 주민이용 불편. 누가 보더라도 현 청사는 좁고 오래되었고, 접근성 등 미래를 봤을 때 적합하지 않다는 시의 기본적인 입장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북부권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건 물론이고, 눈가리고 아옹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우리 속초시 승격 60주년이자,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 생각이 든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글로벌 해양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대외적인 여건은 충족되어가고 있다. 2027년 동서고속철도와 동해북부선이 동시 개통되면, 지금의 속초는 우리가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집권여당의 원내수석부대표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의 역량 또한 높아져, 많은 예산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호재 속에서, 우리가 절대 놓쳐서 안 될 부분이 있다. 시승격 60년 이전부터, 속초시 발전을 위해 헌신했고, 지금의 속초시를 만든 우리 시민들이 수혜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는 발전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주민들의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고층건물이 들어서면서 개발이득은 모두 다른 곳으로 가고 있고, 시민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겸허히 새겨야 한다.
현 시장 당선 이후 구성된 민선8기 인수위에 직접 참여해 시청사 이전에 대비하여 당시 인수위원들과 함께 북부권 활성화를 위한 과제 선정에 집중했다. 인수위를 끝내면서 서를 통해 민선8기 중점 100대 과제를 제시하였고, 100대 과제는 시 전체에 해당되는 공통과제들 외에 대부분이 속초시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었다. 인수위원들 포함 속초시 공무원들도 함께 참여하게 하여 현행법 체제하에서 불가능한 부분들은 보류 및 제외하고 가능한 것만 엄정 선정하는 절차 또한 거쳤다.
북부권 활성화를 통한 도시 균형발전의 과제들을 살펴보면 △영랑·장사지역의 군사시설로 인한 고도제한과 공업지역 해제 △도시 균형발전 방안 마련(중앙·금호·청학·청호·대포·도문·설악) ·영랑동 해안도로 확장을 통한 도시정비 및 활성화와 야간조명 시설 설치 △폐유저장소 이전과 대형주차장 조성을 통해 동명항 명성 재건 △영랑호 유원지의 체계적 개발과 양방향 소통 가능한 배후지역 도로 신설 △북부권에 집중된 빈집 정비 △청초호 수변공원 활성화 및 주변지역 도시정비 △중앙시장 등 상습정체지역 교통개선 및 북부권 도시계획도로 우선 개설 등이 대표적 과제이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떠한가? 시 홈페이지에 게시된 시장 공약 이행 목표 및 자료를 보면 위 과제들이 임기 내에 이행될 것이 거의 없을뿐더러, 일부 핵심 공약들은 폐기되어 휴지통에 들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태라면 시청사 이전은 이미 주민들에게 설득할 명분을 잃었다. 북부권 균형발전 없이 시청사 이전은 안된다. 필자 또한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명분도 염치도 없다. 산류천석(山溜穿石)의 마음으로 구도심 활성화에 노력해야 한다.
강정호
강원특별자치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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