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신문>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속초항 인근 해역에서 악상어 사체, 장사항 인근 해역에서 백상아리 사체가 각각 발견됨에 따라 해수욕객들의 안전을 위해 속초해수욕장 600m 전 구역에 상어 진입을 차단하는 그물망을 설치했다’고 한다.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변화가 우리의 눈앞에서 생생한 실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유지우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 <여우 목도리>는 ‘환경’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그리 무겁지 않은 그림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여우 목도리>는 현대 어린이책 미술관에서 주관한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Unprinted Ideas’에 선정된 작품이다. <여우 목도리>는 양쪽으로 보는 조금은 낯선 형식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앞표지와 뒤표지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표지에 해당한다. 그래서 어느 쪽으로 읽어도 상관이 없다. 책 가운데에서 두 이야기가 만난다.
사냥꾼의 여우 목도리가 햇빛 아래에서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걸 보고 사람들은 모두 여우 목도리를 갖고 싶어 했고, 사냥꾼들은 여우를 잡는 데 혈안이 된다.
하나의 이야기는 여자아이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눈밭에 혼자 떨고 있는 여우 한 마리를 우연히 발견하고, 아이는 여우를 집에 데리고 와서 돌봐준다. 바깥세상을 그리워하는 여우를 위해 아이는 여우를 목에 두르고 밖으로 나간다. ‘죽은’ 여우 목도리를 하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여우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다.
또 다른 이야기는 작은 여우 한 마리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눈이 쏟아지는 겨울날 사냥을 나간 아빠 여우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를 찾으러 나간 엄마도 돌아오지 못했다. 죽어가던 새끼여우가 한 소년의 구원을 받고 소년의 집에서 살게 된다. 어느 날 소년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가 사람들이 저마다 어깨에 죽은 여우를 두르고 있는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된다.
사람들이 여우를 잡고 또 잡자 여우가 점점 사라져갔다. 그제야 사람들은 여우 목도리를 부끄러워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여우 사냥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안전하다고 느낀 여자아이는 여우를 놓아주려고 숲으로 간다. 숲에 여우를 놓아주려던 순간 맞은편 숲에서 나오는 남자아이와 다른 여우를 만난다. 그렇게 책 가운데 페이지에서 두 마리의 여우가 만나 자유롭게 뛰어노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유지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환경파괴로 기후 위기와 동물 멸종의 주범이 된 우리 인간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그 잘못에 대한 용서를 두 마리의 여우로 상징된 자연에게 빌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환경의 회복을 위해서는 하나가 아닌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가운데서 만나는 여자아이와 여우 한 마리, 남자아이와 또 다른 여우의 모습을 통해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하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책을 덮으며, 얼마 전 기사로 본 소백산 토종여우(개체 고유번호 SKM-2121)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웠다. 국립공원공단은 2012년부터 소백산에서 토종여우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으로 복원된 ‘개체 고유번호 SKM-2121’은 2021년 3월에 태어나, 그해 12월 소백산에 방사된 뒤 강원 영월, 충북 충주 등에서 활동해왔다. 그러다 2022년 5월에는 400km 떨어진 부산 달맞이고개에서 목격되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3월 강원도 정선군에서 자연사한 사체로 발견된다. 그동안 복원 사업으로 방사된 여우는 181마리, 숨진 여우는 90마리, 그 90마리 중 54마리는 인간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한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며칠, 쏟아지는 빗줄기로 안타까운 생명들이 운명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벌 받는 중입니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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