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크인’ 모임 날 성미진 씨와 참여자들이 조양동의 한 카페에서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품에 책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속초 조양동의 한 카페로 모였다. ‘책으로 크는 사람들’, 줄인 이름 ‘책크인(人)’의 독서모임이 열리는 날이다. 이들은 7개월째 2주에 한 번 같은 책을 읽고 2시간 토론한다. 열 명 남짓한 멤버들은 큰 테이블에 모여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교적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삶의 방식을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특히 한 책당 10개 정도 되는 질문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책크인’을 이끄는 성미진 씨가 직접 질문지를 준비해온다. 미진 씨가 읽었던 도서 중 멤버들에게 도움 될 만한 것으로 책을 선정하는데, 여러 번 다시 읽기 때문에 깊이 있는 질문을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속초에 오자마자 쉬지 않고 책 관련 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2년이 훌쩍 지났다고 한다.
“책 읽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 책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독서루틴 강좌를 기획했어요.”
2년 전 속초 정착, ‘책 전달자’ 역할
약 2년 전 인천에서 속초로 이사 온 성미진 씨는 공공도서관의 독서 강좌 교사로 활동했다. 책 한 권을 무조건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는 사람들에게는 효율적으로 읽는 법을 알려주고, 그림책처럼 누구나 읽기 쉬운 책으로도 사람의 마음에 대해 깊이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다함께 읽은 책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사실 강좌를 시작한 이유도 이러한 독서모임을 하기 위해서였다. 인천 부평의 도서관 독서모임에서 인생 선배들과 울고 웃었던 시간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미진 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아이를 먼저 키웠던 경험을 가지고 육아 조언도 많이 해주었기에 독서모임은 그녀에게 마음의 위안을 얻어가는 자리였다. 받은 것을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속초에 오기 전까지 육아에 지친 엄마들과 책 읽는 모임을 만들어 2~3년간 운영했다. 그리고 복잡한 수도권을 벗어나 지역살이의 여유와 자연을 만끽하고 싶어 속초에 정착했다. 이곳에 와서도 ‘책 전달자’ 역할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었다.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느낄 때 스스로 ‘그저 평범한 생각이겠지’ 치부해도, 막상 독서모임에서 내 생각을 나누면 누군가는 신선하게 느낄 수 있어요. 타인이 나의 느낀 점을 공감하고 존중하는 경험을 하면 자존감과 자신감이 함께 올라가죠.”
미진 씨는 그동안 자신의 생각은 소중하지 않다고 여겼던 마음을 독서모임하면서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북주부’라는 블로그에 책 리뷰와 독서 관련 정보를 꾸준히 기록하며 ‘도서 인플루언서’로서 온라인 이웃들과도 활발히 소통한다.
앞으로는 속초 엄마들의 독서모임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책을 통해 엄마들의 마음 치유부터 아이를 대하는 생각도, 육아 방식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와 자신에게 질문하며 책 읽기
마지막으로 책을 꾸준히 읽는 비법을 물었다. 그녀는 먼저 ‘책을 읽는 행위는 듣는 행위’라고 말했다. 저자의 생각을 깊게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대화한다는 생각으로 읽는 것이다. 그러면 무조건 저자의 생각을 흡수하지 않고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질문한 내용이 뒤에 나오면 책을 더 유심히 보게 된다. 대화하면서 내가 궁금했던 것에 대답해줄 때 귀가 쫑긋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럼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생각을 써보는 게 중요해요. 계속 나에게 질문을 던지다 보면 시야가 넓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 효과를 스스로 느끼게 되면 꾸준히 독서하게 되죠.”
‘책크인’ 모임이 있는 날은 멤버들 각자가 책의 저자와는 물론, 자기 자신과 치열한 대화가 오갔던 흔적을 펼치는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삶의 진솔한 이야기와 공감, 웃음과 눈물이 오갈 수밖에 없다. 모임 현장을 찾았을 때 다른 독서 모임과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던 이유다. 성미진 씨가 이끄는 ‘책크인’이 속초의 독서 문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토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독서모임문의 : 인스타그램 계정(@bookjubu), 네이버블로그(in.naver.c om/bookjubu) >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책크인’ 독서모임 운영자 성미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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