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사진 그려 주민들에게 전달
할복장서 일하던 모습 즉석연극
간장버터밥 먹고 소통시간 가져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 사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즉석 연극에서 청호동 주민이 오징어 할복장에서 일하던 당시의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칼을 딱 잡고, 오징어 배때기를 쫙 갈랐지! 더 빨리, 빨리하라고 사방에서 외쳤어.”
MC들이 오징어 할복장에서 일할 당시 어땠는지 묻자, 청호동의 한 주민은 이렇게 추억했다. 이어 사람들 앞에서 흥겨운 장구 가락에 맞춰 오징어 가르는 기술을 선보였다. 젊은 관람객도 주민들과 만드는 즉흥 연극에 떠오르는 대사를 덧붙이며 함께 즐겼다.
행사에 초대받은 아바이마을 어르신은 “기분이 하늘만큼 땅만큼 좋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인생이 다 된 줄 알았는데 오늘 같은 날도 있다”며 웃는 얼굴로 소감을 말했다.
아바이마을의 다양한 삶이 예술로 승화하자, 신선한 활기가 오징어 할복장 내부를 가득 메웠다.
속초문화관광재단은 지난 7일 속초시 청호동 수산물공동할복장에서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 ‘미래를 품은 아바이마을’의 사전프로그램을 개최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청호동 주민들을 비롯해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팀, 속초시문화도시추진위원과 속초문화관광재단, 속초시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행사 시작 전 진행된 ‘드로잉 프로그램’에서는 시각 아티스트들이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그 자리에서 그림으로 그려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동시에 다른 자리에서는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화려한 오프닝 공연과 함께 참여예술가의 소개가 이어졌다. 이후 즉석연극 ‘내가 만드는 그날의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남이 해준 밥’, 덩실덩실 춤바람이 분다! ‘DJ + VJ' 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이 연이어 진행됐다. ‘남이 해준 밥’에서는 작가가 밥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하고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간장버터밥을 먹었다. 마지막 네트워킹 시간에는 주민과 아티스트들이 소통하며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와 주민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오갔다.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의 기획 총괄을 맡은 김병재 예술감독은 “아바이마을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것은 알려진 것보다 굉장히 속이 깊은 마을이라는 것이다. 관광객과 외부에 보여지는 것보다 직접 마주했을 때 훨씬 다양한 의미가 있는 곳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예술가들과 아바이마을을 많이 찾고 알아가 보려고 한다. 자주 찾아뵙기 전 인사 드리는 자리를 만들었다. 9월 1일에 아바이마을의 이야기들이 문화와 작품이 되어 오징어할복장에 담겨 공개될 예정이다. 많이 도와주시고 관심 가져달라”고 말했다.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는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결합한 예술창작을 통해 오랜 시간 방치됐던 청호동 오징어할복장을 새로운 역할의 장소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이번 사전프로그램은 향후 아바이마을의 문화적 변화에 대해 지역주민의 공감과 유대감 형성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지역민과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아바이마을의 삶과 장소에 대한 현장 리서치를 진행해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한편, 속초시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됐다.
오는 10월에 제5차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기 위해 속초문화관광재단 문화도시센터와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청호동 오징어 할복장에서 아바이 마을 주민들과 프로젝트 예술가들 및 참석자들이 다함께 공연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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