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blog)’를 검색하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칼럼, 일기, 취재 기사 따위를 올리는 웹 사이트’로 설명한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정보를 공유하며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블로그 이용자가 늘고 있다. 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2022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한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많은 블로거가 ‘인플루언서’를 꿈꾼다. 블로그 ‘인플루언서’로 선정되면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동시에 직접 창작한 온라인콘텐츠로 대중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속초에 살면서 알찬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속초순보기’ 블로그의 주인장, 60대 여행 인플루언서 김순복(사진) 씨를 만났다.
“나이 육십이 가까이 되면 자신이 살아온 것을 되짚어볼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때까지 일기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어요. 여행 기록이나 여태 겪은 것들을 기록했더라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이야기 자료가 됐을 텐데 아쉽습니다. 후회가 많이 되어 늦게나마 블로그에 기록을 시작했어요.”
김순복 씨는 3년 전인 2020년도 4월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원래 여행과 홍보에 관심이 많아 콘텐츠의 방향은 정했지만,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라 멀리 여행을 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잘 알고 있는 속초를 여행객이 아닌 속초시민의 눈으로 홍보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인의 생생한 정보가 담긴 여행 포스트를 차곡차곡 작성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쓴 덕분에 블로그를 시작한지 1년 만에 ‘여행 인플루언서’로 선정되었다. ‘인플루언서’가 되면 포스트에 프리미엄 광고가 붙어 광고비에 욕심내는 사람도 있지만, ‘꾸준히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순복 씨에게는 훨씬 값지게 느껴졌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시키는 일은 잘했지만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새로운 일은 두려웠고,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사실 기록을 안 했어요. 막상 꾸준히 해보니 인터넷 상위에 뜨기도 하고 ‘나도 하면 되는구나!’를 깨달은 거죠.”
블로그를 하면서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 색다른 관심사와 직업을 가진 이들,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의 ‘연결’도 촘촘해졌다. 블로그 카페에서 자신이 나이가 제일 많지만 오히려 젊은 친구들의 바른 마음가짐에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함께 자기계발 챌린지를 하면서 영어공부도 시작했고, 책도 꾸준히 읽게 됐다. 블로그 이웃들을 만나러 제주도에 갔을 때 그들의 또 다른 이웃을 소개받았다.
김순복 씨는 이웃들의 지인이 속초 간다고 하면 ‘속초순보기 블로그 검색해보라’고 전하는 게 가장 기분 좋다고 말했다. 자녀들도 친구가 속초 여행 간다고 하면 속초순보기 블로그 링크를 걸어 연결해준다.
“그러면 나를 믿고 여기(속초)를 오는 거잖아요.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이야기 나누고, 차 한 잔 마시면서 인생 이야기 듣는 것이 블로그 하면서 가장 좋아요.”
올해 속초시 공무원을 퇴직하고 나서 책 읽고 글을 쓰며 자신을 리모델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김순복 씨는 앞으로 속초 여행지보다는 속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고 기록하는 것이 꿈이다.
속초 곳곳의 숨은 보석들을 만나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속초만의 특색을 가진 사람, 남을 위해서 조용히 일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 가까운 이웃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퇴직 후 제2의 삶을 설계하는 많은 사람이 블로그에 관심을 가진다. 퇴직한 60대를 위한 블로그 강의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그녀는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온라인에 기록을 남기는 것은 ‘온라인 자기소개서’라고 표현했다.
“젊어서부터 블로그에 나의 삶을 기록해두면 시간이 흘러 다시 봤을 때 의미 있을 수 있고, 조금 수정해 책으로도 발행할 수 있어요. 항상 기록해야지 생각은 했지만 하지 않았던 것이 참 후회됩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남겨보세요."
정채환 기자
‘속초순보기’ 캐릭터가 그려진 블로그 타이틀.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