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카페 내부 창가 앞에서 방문객들이 그림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바다 보며 그림 그리는 힐링 체험”
원 안에 자연재료 놓으며 자신에 집중
탁 트인 속초 바다와 항구, 금강대교와 설악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이곳은 옛날이었다면 선비들이 모여 시와 그림을 나누지 않았을까. 속초관광수산시장 옆 건물 7층에 자리한 ‘예,그리다’에 들어서자 넓은 창으로 펼쳐진 풍경은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속초의 매력을 자랑했다.
아트카페 ‘예,그리다’는 바다와 하늘을 마주보며 커피를 마시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다. 자유화를 그려도 되고, 원하는 사진을 갖고 가면 프린트해서 먹지를 대고 선을 딴 후 색칠을 해도 된다. 핸드폰으로 캡쳐한 이미지도 가능하고, 속초에서 있었던 추억이나 직접 찍은 풍경 사진도 좋다. 창가에 놓인 이젤 앞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다 보면 누구나 자연스레 힐링을 경험한다.
‘예,그리다’ 박예나 대표는 3년 전 이 공간이 맘에 들어 이곳에 예술치료센터를 만들 생각이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미술치료를 하고 자신은 연극치료를 하다 보니 함께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할 공간이 필요했다. 치료센터는 아픈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 누구나 부담 없이 올 수 있도록 아트카페로 열게 됐다.
“예술 활동이 자기표현도 가능하지만 그 자체로 굉장히 치유가 됩니다. 그래서 ‘예술로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라는 모토로 카페 운영을 시작했어요.”
‘예,그리다’ 한쪽에는 다양한 재료가 바구니에 담겨 있는데, 미술치료 ‘자연만다라’에 쓰는 재료들이다. ‘만다라’는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원’을 의미한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원에 사람의 무의식을 투영하고 나타낼 수 있다고 보면서 미술심리치료에 ‘만다라 기법’을 도입했다. ‘예,그리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연만다라’는 특별히 조개, 불가사리, 조약돌 등 자연재료를 원 안에 올려놓으면서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의 이야기를 만들며 자연물을 놓다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발견하게 돼요.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알아차리면서 자기 치유 효과가 나타나는 거예요.”
재료를 올려놓기만 해도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것이 막막한 사람들은 ‘자연만다라’를 좀더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만다라’에 쓰는 재료들을 구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박예나 대표와 그의 어머니는 속초 곳곳을 걸으며 돌이나 조개를 직접 줍기도 한다.
주문받은 디저트와 음료에 꽃잎을 올려 장식한다. 일주일마다 식용 꽃을 받는다고 한다. 카페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자연이 주는 행복감을 오감으로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나하나 신경 쓰고 있다.
박예나 대표는 앞으로 이 공간에서 손님들의 그림 작품으로 메타버스 전시, 굿즈 만들기, 연극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나나’라는 이름의 주인공으로 동화책을 만들고 있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서 더 행복하고 세상을 밝게 만든다는 내용으로 7월 말에 나올 예정이다. 챗GPT와 AI가 그려주는 그림으로 동화책 만드는 작업도 사람들과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자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어요. 자연이 주는 치유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고, 붓으로 색깔만 칠해도 치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제가 먼저 느낀 만큼 많은 분이 이곳에서 힐링하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예,그리다’ 카페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은 수채화, 아크릴화, 자연 만다라가 있으며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은 네이버에 ‘예그리다 속초중앙시장점’을 검색하면 된다. 카페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로, 매주 화요일은 휴무이다. <문의:033-632-0542>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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