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결국 나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일이다. 누구든 태어나고 성장한 곳의 역사를 품고 살아간다. 고성의 역사는 나의 일부이고 내 삶의 토대다. 그래서 그 뿌리를 찾아 나서는 작업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고성문화원 부설 고성학연구소 이성식 연구원(65, 사진)은 요즘 고성의 역사와 사랑에 빠졌다. 사랑하면 뭐든 예뻐 보이고 애정스럽다는 말이 있듯, 이 연구원은 고성의 작은 역사에도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또 늦게 시작한 만큼 연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이 연구원은 죽왕면 가진리가 고향으로 고성중을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경기도에서 사회과목 중등교사로 재직하다 퇴직과 함께 고향에 정착해 현재 고성문화원 부설 고성향토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고향에 정착했을 때 이미 고성 향토사 연구에 매진하고 있던 김광섭 고성학연구소 연구원의 권유로 향토사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 후로 향토사 연구에 매달렸고, 2020년부터 고진감래의 연구논문을 연이어 발표했다. 2020년에는 ‘일제강점기 근대 사립학교 연구’, 2021년에는 ‘건봉사와 사명당’ 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작년 6월에 개최된 제32회 강원도 지역학연구발표대회에서 ‘1920~30년대 초 수성인 박태선의 민족해방운동과 직업적 노동운동’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2등인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간성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민족해방과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에 적극 나섰던 박태선이라는 인물을 소개한 논문”이라며 “간성의 옛 이름인 ‘수성’을 따 ‘수성청년회’를 구성하는 등 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인물로, 정치적 이념 때문에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한 일생을 살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태선은 일찍부터 간성에서 수성청년회와 수성농민회를 조직하고 수성학원과 야학을 설립해 자신이 직접 교사로 활동하는 등 민족해방운동에 선구자적인 노력을 보였다”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당시 국내외적인 변화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앞서 파악하고, 활동 범위를 넓혀 원산청년회를 조직하고 원산노동연합회 활동을 하는 등 큰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고성의 역사를 공부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자료 부족과 자료를 찾더라도 해독에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특히 해방 전후의 역사는 자료들이 거의 없어 구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고 했다. 현재도 지역사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후학들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고 지원도 충분하지 않는 등 열악한 연구환경이 아쉽다며 후배 양성과 독립적인 활동 보장 등 연구작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고성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된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아직도 제대로 발굴되지 않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각종 유산과 기념물 등의 목록화 작업과 안내표지판 설치, 군조례를 통한 지역문화재 등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 고성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정리해 대중적인 강연을 열어 유구한 고성의 역사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또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고 가야 할 길이라며 주어진 숙명이라 생각하고 향토사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성낙규 기자 nk_22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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