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의 어린 나이로 국군에 입대해 ‘양구 854 고지 전투’에 참전해 부상을 입은 국가 유공자 양도석 옹이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민족의 비극인 6.25 한국전쟁 때 17세의 어린 나이로 국군에 입대해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전개된 ‘양구 854 고지 전투’에 참전했던 국가유공자 양도석(90) 옹을 만났다. 그의 군번은 0251709으로 73년이나 지났지만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양 옹은 1951년 1월 육군 제8사단 16연대 2대대 7중대 하사관으로 입대해 방위군에 편성돼 지리산 일대에서 공비 토벌 임무를 맡았다. 이후 육군 제5사단이 후퇴하면서 전사자가 많아 8사단이 전방 전투에 투입된다.
“북한군 총알에 대퇴부를 맞아 지팡이를 짚고 피를 흘리면서 고지에서 내려오는데 동료들이 ‘ 너는 그래도 행복한 놈’이라고 할 정도로 전사자가 많았어요. 그만큼 모두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사를 걸고 싸웠어요.” 1951년 9월 18일, 854고지 전투에 참전한 생생한 이야기다. “그때 7중대는 거의 죽고 내가 속했던 1개 소대만 남은 상황으로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민군 진지 안에 있는 기관총을 없애야 했어요. 소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나와 평안도 진남포 출신으로 두 살 많은 노동만 씨가 자원했어요.”
양 옹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날 새벽 신발이 변변하지 못해 칡을 끊어 발에 묶고 수류탄을 차고 등에는 대공 표지판(공군이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기 위한 표시)을 묶고 고지로 올라갔어요. 수류탄을 적 참호 안에 던져 넣고 후방으로 빠졌어요. 내려오는 데 대퇴부에서 피가 많이 났어요. 당시 뜨끔했지만, 총상인 줄도 모르고 싸웠어요.” 어렵게 연대까지 와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뜨니 대구 제1 육군병원 복도였다고 한다. “옆 사람에게 오늘 며칠이냐고 물으니 20일이라고 알려 줬어요. 삼 일간 정신을 잃었던 거지요.” 당시는 다친 군인은 원호제대라고 해서 곧바로 제대시켰지만, 전쟁 중이고 제주도에 훈련소가 창설되면서 제주 훈련소 조교로 군생활을 이어갔다.
854고지는 중동부 전선의 양구 펀치볼 동북쪽 입구에 해당하며 북한군의 보급로인 서화리 계곡과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요충지였다. 이에 전쟁 초반부터 양측의 공방이 치열했으며, 1953년 전쟁 막바지 6개월간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국군이 승리를 거뒀다. 현재는 비무장지대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양 옹은 전우였던 노동만 씨를 오랫동안 잊고 살다가 육본에 문의해 찾았더니, 몇 년 전에 사망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6.25 노래는 잊을 수 없지만, 다시 부르고 싶지 않다”고 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은 분명 북한이 남침한 전쟁입니다. 아직도 북침을 운운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피가 솟구쳐요. 그때 내 나이가 17살이었는데 양평에 살았어요. 발발 3일 만에 서울을 빼앗기고 모두 고향을 등지고 피란을 떠나야 했단 말입니다. 나도 부산으로 피란 나와서 김해에서 군에 입대했어요.”
양 옹은 학교에서 6.25를 증언할 수 있는 반공교육에 와달라고 하면 열일을 제쳐놓고 나가고 있다. “여기 고성지역은 실제 한국전에 참전한 용사는 3명밖에 안 남았어요. 당시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저는 끝까지 어린 학생들에게 당시 상황을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군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서 설비회사를 운영하며 1남 3녀의 자녀를 낳고 단란하게 살던 그는 1983년 4월 사업차 거진읍으로 왔다가 정착했으며, 20여년 전부터 부인과 함께 막국수 가게를 운영해 왔다.
성낙규 기자 nk_22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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