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인권탄압보고서의 피해당사자 진술내용을 근거로 정리. 제6해부호 김○○ 1인은 신청서 내용을 근거로 작성.
1972년 9월 7일 귀환 납북어부들의 인권탄압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합동심문과정의 불법적인 구타 및 가혹행위이다. 진실화해위는 보고서에서 어부들은 귀환 직후부터 철야심문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장도 없이 불법감금한 채 불법 장소에서 진행된 심문은 합법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내무부 치안국은 귀환 당일 ‘귀환어부 처리조종’이라는 문서를 작성해 시달했는데, “심문기간 중에는 가족을 위시 일반인과의 면회 접촉을 일체 금하고 신문보도 등 통제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외부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비밀 심문에서 어떤 불법행위가 저질러졌는지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귀환어부 160명 중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당한 피해사실을 직접 진술한 피해 당사자는 모두 31명이다. 보고서에 나온 진술 내용을 토대로 귀환어부들이 조사과정에서 입은 피해를 유형별로 구분해 표로 정리했다.
*진실화해위 인권탄압보고서의 피해당사자 진술내용을 근거로 정리. 제6해부호 김○○ 1인은 신청서 내용을 근거로 작성.
무릎밟기에 물고문·전기고문까지
진술자 총 31명 중 29명이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했고, 단 2명만이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
이 중에 심한 구타를 당했다고 진술한 피해자는 25명으로 가장 많다. 피해자들은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 구둣발로 옆구리나 가슴을 찼다, 몽둥이나 장작 또는 각목으로 온몸을 때렸다 등 구타 피해를 진술했다.
무릎밟기 고문을 당했다는 피해자도 15명에 이른다. 무릎 안쪽에 각목이나 몽둥이를 끼워 넣고 꿇린 상태에서 사람이 무릎 위에 올라타서 짓밟는 고문은 피해자에게 심한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무릎이 망가져 제대로 걷지 못하는 후유증까지 남는 잔인한 고문이다. 조선시대 형벌인 압슬(壓膝)은 잔인함으로 영조 때부터 금지된 형벌인데, 변형된 무릎밟기 고문은 1980년대까지도 경찰 심문에 사용되었다는 증언이 있다.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워놓고 눌러서 고통을 주는 손가락고문을 당했다는 피해자는 3명이다.
물고문을 받았다는 피해자는 11명이다. 피해자들은 욕조 물에 머리를 처박았다, 주전자로 입에 물을 부었다, 얼굴 위에 수건을 덮고 물을 부었다, 물고문을 받았다 등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고춧가루 물고문을 받았다는 피해자는 13명이다. 이 고문은 물고문과 겹치기도 하지만, 다수의 피해자가 고춧가루를 탄 물이라고 언급했기에 따로 분류했다. 피해자들은 사람을 눕혀 놓고 얼굴에 수건을 얹고 고춧가루물을 부어 숨을 못 쉬게 했다, 고춧가룻물을 코에 부었다, 고춧가루 물고문을 당했다 등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전기고문을 당했다, 밧데리를 손에 연결해 전기고문을 했다 등 전기고문 피해 진술자도 9명이나 된다.
한두 명도 아니고 진술자 31명 중에 단 2명만을 제외하고 29명이 비슷한 유형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을 보면, 당시 합동심문반 조사관들이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구타와 가혹행위, 고문 범죄를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
진실화해위의 보고서에는 가혹행위에 대해 보다 자세한 진술이 기록되어 있다. 피해자 전○조(당시 18세, 승운호)는 “엄청 맞았고, 고문이란 고문은 다 받았다. 장작으로 때리고, 다리 사이에 (장작을) 끼워 짓이기고, 고춧가루 탄 물을 부었다. 전기고문도 당했는데, 밧데리 센 걸로 팔에 묶어 놓고 돌렸다”라고 진술했다.
피해자 김○수(당시 18세, 제2승해호)는 “한 여인숙에서 조사받은 것이 아니며, 여인숙도 바뀌고 수사관도 바뀌었다. 여인숙에 조사를 받으러 갈 때는 걸어갔다가 올 때는 고문 당해서 양팔을 경찰이 부축해서 끌려 나왔다. 무릎에 장작개비를 끼워 무릎을 꿇게 한 뒤 그 위에 올라타 밟았다. 모나미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손을 비틀었고, 수건을 코에 얹고, 물과 고춧가루물을 들이붓고, 밧데리를 손에 연결해 전기고문을 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이○국(당시 17세, 명성3호)은 “조사관은 두 명이었고, 한 사람은 조서를 작성, 한 사람은 ‘빨갱이’라고 툭툭 치고 때렸다. 몽둥이로 등짝을 때리고 무릎을 꿇리고 밟았으며, 볼펜을 손가락에 끼워놓고 눌러대서 지금도 손가락으로 펜을 2분 이상 쥐고 있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허위자백을 해서라도 조사관들이 원하는 답변을 맞춰주면 이같은 가혹행위가 멈췄다고 진술했다.
불법 가혹행위는 합동심문에 참여한 조사관 진술에서도 확인된다. 합동심문에 참여한 춘천경찰서 소속 이○식은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조사장소로 선원들을)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올 때, 가슴에 물이 묻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까 자백을 강요받았을 때 묻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라고 진술했다.
2차 형사처벌과 간첩조작 피해
귀환 후 불법적인 가혹행위로 인해 조작된 허위진술은 납북귀환어부들의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2차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었다. 공안당국은 이때 귀환한 어부들은 6개월 이상 장기간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돌아왔다고 해서 160명 대부분의 어부들을 위험도가 높은 요시찰 A급으로 분류하고 감시와 사찰을 강도 높게 진행해 추가 피해자를 양산했다. 160명 1차 피해자 중에 다시 2차로 형사처벌을 받는 등 피해를 입은 어부들은 13명에 이른다.
승운호 선원 이○○는 형사처벌을 받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고, 같은 배 선원 김○○도 1975년 징역 단기 1년, 장기 1년6월과 자격정지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김○○는 당시 19세 소년이었다. 1976년 탁성호 선원 신○○은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형을 선고받았고, 1977년 고흥호 선원 오○○은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모두 북한을 고무 찬양했다는 혐의로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1976년에는 제2승해호 선원 김이남이 간첩혐의로 징역 20년 자격정지 20년의 형을, 1981년 명성3호 선원 이성국과 강경하도 간첩 혐의로 기소되어 이성국은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고, 강경하는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의 형을 선고받았으나 상고심 중 사망해 공소기각되었다. 1984년에는 대복호 선원 이상철 역시 간첩 혐의로 징역 17년 자격정지 17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김이남, 이성국과 강경하, 이상철에 대해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 등을 밝혀내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후 김이남은 2013년 7월, 이성국은 2011년 6월, 이상철은 2011년 10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억울함을 풀었다.
1983년 제2승해호 김춘삼은 국가보안법 찬양고무 위반으로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고, 1984년 대복호 선원 김용태는 간첩 혐의로 징역 14년 및 자격정지 14년을 선고받았다. 김춘삼은 2013년 1월, 김용태는 2014년 1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억울함을 풀었다.
1976년 제2승해호 선원 김○○는 군 복무 중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고, 1985년 같은 배 선원 김성학은 고문경찰 이근안으로부터 고문을 받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으나 무죄가 선고되었다. 1984년 대복호 선원 김진용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를 받았다.
지난 5월 10일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160명 피해자 중 34명은 이미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다른 피해자들도 향후 재심 청구가 잇따를 것이다. 2차 형사처벌을 받은 피해자 중에 아직 억울함을 풀지 못한 피해자가 5명이나 있다. 이들 2차 피해사건도 진실화해위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2차 피해사건으로 인한 억울함도 모두 풀려야만, 1972년 9월 7일 귀환한 160명의 납북어부의 명예 회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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