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렬 시인 (카피라이터 ⓒ박희경)
속초 출신 고형렬 시인의 인도네시아어 번역시집 <물고기는 은자(隱者)이다>가 지난달 출간됐다.
지난 2020년에 나온 시인의 시집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창비)에서 김영수 시인이 60편을 뽑아 인도네시아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넨덴 릴리스 아이샤와 공동 번역해 한국어 원문과 함께 실었고, 인도네시아 최대 출판사인 그라메디아에서 출간했다.
고형렬 시인은 서문에서 “동북아의 저 동남쪽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의 저 동북쪽 한국이여, 언어와 시상은 서로 공중에서 놀다가 분리할 수 없는 한 편의 시가 되어 그 저녁 바다 앞에 아침 해처럼 불타며 떨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썼다.
문학평론가이며 ‘인도네시아 시의 날 위원회 위원장’인 마만 S. 마하야나 인도네시아 국립대학 명예교수는 시집 추천사에서 “인도네시아 독자들에게 있어 고형렬 시인의 시 안에 집중된 여러 주제는 밝게 빛나는 섬광처럼 느껴질 것이다. 마치 대지에 내려꽂는 번갯불처럼”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 국립교육대학, 가자마자대학, 나시오날대학교 등에서 시집을 교재로 사용하고, 2000년에 작고한 인도네시아 평론가 하베야신의 개인 도서관인 ‘하베야신 도서관’에선 한국 책으론 처음으로 소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집을 번역한 김영수 시인은 비교문학박사이며 혜초 연구가로 KBS 국제방송에서 30년 간 근무했고, 현재 속초에서 살고 있다.
넨덴 릴리스 아이샤는 윤동주 시집 <하늘, 바람과 별 그리고 시> 등 한국의 여러 시집을 번역 출간했다.
그는 “고형렬 시인의 시 작품은 마치 여러 방향을 비추는 하나의 램프라고 할 수 있다. 시 속의 모든 표시와 상징들은 각각의 의미를 갖고 있고 그 의미에 대한 감정을 하나하나 풀어내기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고 평했다.
고형렬 시인은 2000년 아시아 시 전문지 계간 <시평>을 창간해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일본 등의 아시아 시 900여 편을 한국에 소개했다.
지난 2011년엔 인도네시아 뻐간바루에서 리다 K 리암시 시인과 함께 ‘제2차 한·아세안 시인 문학축제’(1차는 서울·속초에서 개최)를 연 바 있다.
시인은 “올해 8월 넨덴 시인과 함께 자카르타, 보고르 시인이 속초에 오는데 그때 구체적으로 국제동인 결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44년 동안 떠돌던 방황을 멈추고 속초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속초는 나의 문학의 뿌리이고 꽃이고 열매이고 낙엽”이라고 했다.
한편,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교수가 고형렬 시인이 44년 동안 쓴 시 1,000여편 가운데 111편을 엄선해 첫 시선집 <바람이 와서 몸이 되다>를 지난 3월 펴냈으며, 이를 우리나라 최초의 소리시집(김성천 낭독, 30편)으로 네이버, 구글 등에 출시했다.
장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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