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아 고성군여성농업인연합회장.
“아무리 바쁜 농번기라도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해요. 부모님 세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우리 부부는 일과 가정, 여가, 건강, 사회활동 등의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농민이 여가를 즐기는 것은 상상도 못 했지만, 이제 농촌도 변하고 있고 변해야 해요. 저는 일 끝나고 볼링을 치거나 보컬 활동을 합니다. 기타를 맡아 연습하고 있어요. 남편도 오늘 일 마치고 스쿠버다이빙 갔어요.”
윤미아 한국여성농업인 고성군연합회 회장은 10년 전부터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효율적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기계를 이용해야 합니다. 농사라는 게 보통 몸 쓰는 일이 많아요. 그런데 농기계는 주로 힘센 남성분들이 맡아 운전하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들은 더 힘든 잡일을 해요.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는 제가 트랙터 등 기계를 운전합니다. 딸을 낳자마자 시작했으니까 한 20여년 됐네요.”
지난 9일 농사와 사회생활 그리고 봉사로 지역에 이바지하며 살고있는 슈퍼우먼 윤미아 회장을 고성군 토성면 금화정리 자택에서 만났다.
4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탄탄하고 다부진 외모의 윤 회장은 씩씩하고 거침이 없었다. 이야기하는 내내 말에 힘이 실렸고 자신감이 넘쳤다.
윤 회장은 강릉 출신으로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건축에 대한 취미와 재능이 있어 서울 건설회사에 취직이 결정됐지만 2002년 2월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식을 올리며 취업을 포기했다. 이후 지금까지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021년 13기 회장을 맡았고 이어 14기 연임을 하며 3년 차에 접어들었다. 현재 108명의 회원을 이끌며 남편과 함께 11만5700㎡ 벼농사와 80두의 소를 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축업만으로도 벅찰 텐데 고성군여성농업인연합회 회장으로서 여성 농어업인의 권익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앞장서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민도 노동자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특히 농업은 육체적 노동 강도가 높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농민들이 많아요. 그러나 병원비가 부담돼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재해로 인정받아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농민이 노동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윤 회장은 농사에 관한 한 진심이다. 그녀는 10년 전 고성군 최초로 친환경 고추 농사를 시작했다. 6,600㎡ 면적에 3,000개의 고추포기로 시작했다. 친환경 재배를 위해 직접 액비를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 또 밭에 초당 옥수수, 아로니아, 체리, 키위 등 다양한 작목을 심어 적합한 작물을 찾아내 군에 제안했다.
봉사활동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작년 통일명태축제에 참여해 관광객들이 지역 특산 먹거리 맛볼 수 있도록 시식코너와 임시식당을 열었다. 김장철에는 1,500kg의 김치를 담가 1,000kg은 판매하고 500kg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무료로 나눠줬다. 판매 수익금 중 300만원을 고성군에 향토장학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에 관해 묻자 “스페인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살아 보고 싶다는 막연한 계획을 품고 있다”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성낙규 기자 nk_22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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