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가이블랙(Guy Black,58)을 아십니까? 6.25전쟁 때 참전한 영연방 참전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캐나다 벤쿠버에서 온 군사역사학자이다. 그는 캐나다군이 참전하여 승리한 가평전투(1951년 4월23∼25일)를 비롯한 한국전쟁을 기억하기 위해 300km를 걸어서 6.25전투전적지를 탐방할 계획으로 지난 4월 16일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태생으로 캐나다 예비군 출신이며 한국전 참전용사회 명예회원이다. 영국여왕 엘리자베스2세가 수여한 다이아몬드 주빌리 훈장과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시민공로훈장도 받았다. 특히 한국인 아내와 아들을 두고 있어 캐나다 현지에서는 한국 사위로 불리기도 한다.
가평전투는 1951년 4월 캐나다를 비롯한 영연방 제27여단이 한국군 제6사단의 철수작전을 돕기 위해 중공군 제118사단과 벌인 전투다. 가평천 방어를 위해 677고지에 배치된 캐나다군은 인근 호주군, 미군 등과 함께 중공군의 야간공격을 막아냈다. 그러한 이유로 21일에 가이블랙은 이곳을 찾았다. 이날 고지 등정에 경동대학교 학군단(ROTC) 학생 20명이 함께했다. 경기도 양주캠퍼스의 접경지역 특성과 학군단의 나라사랑 실천적 태도 훈련이다.
다음날인 22일 가평 및 포천 전투전적비 일정에도 경동대 학군단 5명이 함께했다. 가이블랙은 이미 캐나다의 랭리 현지에 있는 가평전투기념물 ‘가평석’까지 100km를 걷고 왔다. 한국에서 가평군과 포천군 일대 캐나다 전투전적지 등 200km을 걸어 모두 300km를 채울 계획을 세운 것이다. 24일에는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각흘봉 정상에 올라 산화한 캐나다 참전용사들의 뜻을 기리고, 현충공원 6.25참전기념비에 헌화했다. 26일에는 가평군 영연방참전기념비 앞에서 있은 ‘영연방 6·25 참전기념식’ 참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가이블랙은 “모든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감사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희생된 분을 기억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 하루 6~7시간씩 약 30km를 걷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72년 전 20대의 젊은 나이에 타국에서 전사한 우리 선조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참전용사를 추모하고 한국과 캐나다의 혈맹관계가 더욱 견고히 유지되도록 걷기를 계속할 것”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는 6.25전쟁 때 2만7,000여 명을 파병하여 516명이 전사하고 1,042명이 부상당한 참전국이다. 가이블랙은 캐나다군 6.25참전용사를 위해 25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해야 할 6.25전쟁 기억을 낯선 외국인이 수십 년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한다.
필자는 가이블랙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별하다. 왜냐하면 지난 수년간 설악권지역 6.25전투전적비 탐방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과 향로봉에서 펀치볼까지 DMZ전적비, 인제지구 현리지구전적비, 양구 파로호전적비 탐방을 이미 10여 차례 진행했다. 오는 20일에는 필자가 강원지부장인 한국보훈선교단 주관, 국가보훈부 강원동부보훈지청 주최로 ‘제19회 국가유공자 보훈가족초청 위로예배’가 속초만천교회에서 열린다. 6월 24일에는 남선교회 회원들과 양양지역 전투전적비 탐방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9월에는 경동대 평생교육대학에서 속초시 지원사업으로 ‘지역의 재발견, 속초지역역사문화탐방 아카데미’를 개설할 계획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제68회 현충일 아침이다. 어제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되어 처음 맞이하는 현충일이다. 올해는 6.25전쟁 73주년이 되는 해이다. 혹자는 기념일이라는 호칭에 대해 의아하게 여기나 네이버에서 ‘6.25’를 입력하면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이던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함으로써 일어난 한국에서의 전쟁을 기리기 위한 법정기념일”로 명시되어 있다. 필자가 국가기록원이나, 국가보훈부의 6.25 설명보다 네이버 검색어를 인용한 것은 MZ시대 후손들의 인터넷 접근성을 반영한 것이다. 가이블랙의 행보처럼 후세에게 6.25 상기와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특별한 기억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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