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해변 맞춤형 서핑 시스템 구축에 연계 관광지 활성화까지 얹어
매년 서핑 해변서 각종 대회 잇따라 개최…국내 이벤트 성장 후 국제대회 브랜드화 추진
포르투갈 중부 해안도시, 페니체는 아늑한 서핑해변이 즐비해 누구나 찾아 서핑을 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힌다.
대서양을 교두보로 대항해의 돛을 올렸던 포르투갈은 역사 · 문화적 전통을 배경으로 1920년대 중반부터 서핑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현대적 서핑산업화가 활발한 프랑스, 호주, 미국, 브라질과 비교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포르투갈의 서핑은 나자레와 리스본 근처의 페니체, 에리세이라 해변을 중심으로 연중 수많은 서핑대회가 열리면서 국제서핑거점으로 도약하고 있다.
현대 포르투갈 서핑의 선구자로 불리는 ‘페드로 마르틴스 데 리마’는 1959년 보드 없이 배와 가슴으로 바디서핑을 즐기다, 보드 위에 올라서면서 서핑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대서양 중심 국가로서 지리와 기후가 연중 서핑하기에 적합한 이점을 살려 포르투갈 최초 국가 대표팀은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 서핑선수권에 출전해 4위를 기록했고, 서퍼들과 정부가 중심이 돼 1988년 포르투갈 서핑 연맹이 설립됐다. 이듬해인 1989년 세계 최고의 서퍼들이 참가하는 ASP 월드투어가 포르투갈에서는 첫 국제대회로 열리면서 세계 최고의 파도가 치는 나자레를 비롯해 페니체와 에이세이라, 피게이라 다 포스 등 대서양 연안에 즐비한 포르투갈의 서핑 해변은 연중 각종 국내대회는 물론 세계적인 국제대회가 열리는 천혜의 서핑거점으로 자리매김한다. 서퍼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1년 내내 서핑하기 좋은 곳’으로 불리는 포르투갈 서핑 해변은 특성에 따라 수준에 맞는 파도를 골라 탈 수 있는 데다, 적당한 연중 수온으로 5월부터 9월까지 수많은 이들이 찾아 서핑을 즐기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년 서핑이 본격화하는 5월부터 수도 리스본 근처인 에리세이라와 페니체 등 도심과 가까운 서핑 해변들은 매주 다양한 이벤트와 국제대회를 유치하면서 ‘서핑이 곧 관광’이라는 인식을 통해 해양레포츠와 관광산업의 융 · 복합산업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핑 해변과 명승에 두 번 놀라”
나자레를 거쳐 포르투갈 중부의 대서양 해변에 위치한 소도시 페니체는 수도 리스본과 자동차로 1시간 거리며, 포르투갈에서는 나자레 다음으로 인기 있는 서핑스팟이다. 이곳은 서핑 해변과 주요 관광지가 완전히 구분돼 체류형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원도심을 지나면 나타나는 아늑한 해변에는 어김없이 서핑 해변이 보이고, 그곳에는 해변 규모에 알맞은 서핑숍이 성업 중이다. 매주 금요일이면 지붕 위에 숏보드를 얹은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핑 해변에 들어서 ‘젊음의 주말’을 즐긴다. 누구나 웻슈츠를 입고 보드 하나 들면, 작품이 될 정도로 초보부터 중급까지 서핑하기에 안성맞춤인 이곳은 깨끗하게 잘 갖춰진 서핑숍들이 낮에는 식사와 음료를, 밤에는 펍으로 변신해 서퍼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한 번은 들러 분위기에 녹아 들고 싶은 인기 코스로 꼽히고 있다. 서핑 해변에서 영업 중인 ‘트리보’라는 서핑숍은 아침과 점심, 저녁 메뉴를 구분해 판매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해변을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쉼의 공간’을 해변과 가까이 마련해 남녀노소 누구나 친구처럼 친근한 대화를 하며 멍하니 파도를 바라볼 수 있다. 페니체 서핑해변에는 이 같은 서핑숍들을 찾은 서퍼들이 샤워할 수 있는 공동 샤워장이 거점형으로 구비돼 있어 편리함을 더하면서, 웅장하고 거대한 나자레 서핑해변과는 달리 아담하지만 꽉찬 느낌의 안락함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페니체 서핑해변이 뜨는 이유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 기암괴석의 대서양 절벽을 관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핑해변에서 차로 5분이면 닿는 곳에는 대서양과 마주한 절경이 마치 제주도나 타이완을 함께 옮겨놓은 듯, 장관을 이룬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미국 등 주요 아메리카 대륙의 수학여행단들이 가장 먼저 찾는 명승지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서핑과 명승관광이 연계 체류형 관광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절경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는 곳에 자리한 섬조차도 수평선 저 멀리 보이는 것처럼, 망망대해 대서양에서 부는 세찬 바람과 밀려드는 파도는 대항해의 시대를 뒤로하고 서핑관광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페니체 관광안내소의 한 직원은 “관광객들이 페니체에 오면 두 번 놀라는데, 첫 번째는 정말 아늑한 해변에서 혼자만의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시스템과 해변 경관이고, 두 번째는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하는 기암괴석의 절경에 감탄사를 연발한다”며 “크게 기대하지 않은 것들이 작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곳이 바로 페니체”라고 미소를 지었다.
포르투갈 최초로 서핑 클럽이 결성된 에리세이라 서핑해변은 수도 리스본에서 가깝고 서핑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모든 종류의 파도를 타며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서핑 명소다.
관광과 서핑을 원스톱으로 즐겨
아쉬운 마음에 페니체를 뒤로하고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에리세이라 서핑해변. 수도 리스본에서 지척인 이곳은 포르투갈 최초의 서핑 클럽이 결성된 곳으로 유명하다. 이런 연유로 에리세이라 서핑해변은 전 세계 서퍼들의 추억 장소로 기억되고 있으며, 나자레의 거대한 파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종류의 파도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이에 세계 파도 보호기구로 불리는 ‘세이브 더 웨이브즈 협회’는 지난 2011년 이곳 해변을 세계 서핑 보호구역으로 선정해 보전에 나서고 있다.
에리세이라가 주는 매력은 서핑을 단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들도 단번에 배울 수 있는 장소라는 것과 굳이 서핑이 아닌 관광으로 수도 리스본을 찾은 이들도 근처 바다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온 후 서핑을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 해변 중에서도 ‘히베이라 드 일하스’라는 스팟은 포르투갈 국내는 물론 국제대회가 다수 열리는 곳으로 많은 서핑스쿨이 들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하스의 한 서핑숍 관계자는 “서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도 각자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서핑 해변을 찾는 게 작은 고민 중에 하나지만, 이곳에 오면 어떤 레벨이든 상관없이 빠르게 골라서 탈 수 있다”며 “한 마디로 에리세이라는 전통과 역사에 더해 관광서핑까지도 할 수 있는 원스톱 서핑스팟”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 포르투갈의 유명 서핑 해변이 그렇듯이, 에리세이라 역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핑 해변의 모습은 장관이다. 주황색 지붕에 파란색 색감이 곁들여진 해변 마을들과 중세 성 모습을 유지한 전통이 깃든 해변 리조트, 그 주변 해변을 보드 하나 들고 웃으면 파도를 타러 가는 서퍼들의 경쾌한 발걸음이 모래에 새겨지며 대서양 파도 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면서 쉼터로 안내하고 있었다.
에리세이라 서핑해변을 찾은 미국인 단체관광객들은 “우리는 리스본을 찾아서 대항해 시대의 유산들을 보러 왔는데, 근처에 아무나 탈 수 있는 서핑해변이 있다고 해서 들렀다”며 “처음에는 머뭇거렸는데, 조금 배운 후에 파도를 타는 내 모습을 보니, 정말 대견하고 자연과 동화된 느낌을 받아 정말 좋았고 대단한 추억을 쌓았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포르투갈 서핑은 ‘대서양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리적 여건이 뒷받침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이 자리하고 있고, 그 모습이 관광상품으로 이어지면서 예전부터 리스본과 연계한 서핑관광이 시너지를 더하고 있다.
자신들의 현재 모습과 주변 여건을 조화롭게 접목한 가운데 나자레 해변의 주민들처럼 포르투갈 서핑 해변에 사는 주민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국내 서핑 이벤트를 열어 욕심내지 않고 착실하게 역사를 쌓은 후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시스템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국제대회를 통해 축제로 승화시켜 나가려는 모습이 포르투갈의 서핑관광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포르투갈 페니체 해변은 역사와 전통에 아늑한 해변으로 유명하고, 에리세이라 해변은 리스본을 거점으로 관광과 서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해변으로 각광받고 있다. ①잘 갖춰진 공동 샤워장 ②해변 전망이 좋은 서핑 숍 ③서퍼들과 관광객들의 쉼터 ④페니체 기암괴석을 찾은 미국 수학여행단 ⑤대서양을 배경으로 한 명승지 ⑥리스본의 제로니모 대성당 안의 대항해 개척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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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자연의 시간’이 서핑산업화 원동력
“해안 · 산림 균형발전이 교차관광 완성 과제”
금요일 오후를 맞은 젊은 서퍼들이 서핑 스팟을 찾아 주말 서핑을 즐기고 있다.
대서양의 서핑거점인 포르투갈 해변은 자연 그대로의 바람과 파도에 규모에 맞는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맞춤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랜 주민들의 삶과 역사를 바탕으로 주변에 산재한 해변을 각기 특성에 맞춰 서핑해변으로 구현하는 포르투갈 서핑산업화의 원동력은 바로 ‘주민들과 자연의 시간’이다. 빠른 시스템 구축도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지만, 이곳 주민들은 각종 국내 이벤트와 국제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저변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시너지를 담아낼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이 성숙 돼야만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고 지속적인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해변 중심의 연계 관광활성화와 함께 산림지역에는 스파 호텔을 비롯한 특성화한 관광인프라를 속속 갖춰나가면서 해안과 산림의 교차관광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패턴은 포르투갈 포르토에서 해변을 따라 서핑산업을 먼저 구축한 후 동쪽으로 이어지는 산림지역까지 관통해 십자형 교차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중앙정부의 복합형 관광산업화로 연결되고 있다.
에리세이라 관광청 관계자는 “수도 리스본과 연계한 관광요소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안 지역에 비해 산림지역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쏠림현상으로 균형 발전에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해안과 산림지역의 교차관광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큰 과제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늘 새로움에 감탄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포르투갈의 오랜 서핑 역사와 현재 추진하는 ‘서핑관광을 통한 융 · 복합산업화’의 저변에는 지역주민들과 삶 그리고 지역정체성에 더해 늘 그늘이 돼준 자연과의 동화가 묵묵하지만 올곧게 자리하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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