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새벽 5시 낙산해변에서 진행된 일출해변요가 원데이클래스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해돋이를 보며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
최근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양양의 바다 일출을 보며 요가(선라이즈 요가)를 즐기는 여행객이 모여들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오전 4시 40분에 찾은 낙산해변에는 20여 명의 원데이 클래스 참가자들이 나무데크 위 미리 깔아놓은 매트에 자리 잡고 앉았다. 오전 5시가 되어 수업을 시작한 ‘여로요가’의 정유선 원장이 싱잉볼을 울리자, 참가자들은 곧장 명상에 잠겼다.
“새소리,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며 몸의 세포들을 하나둘씩 깨워봅니다.”
참가자들이 요가 동작을 따라 하며 몸을 움직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올랐고, 이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일출에 감탄을 자아냈다.
경기도 부천에서 요가원을 다니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바다와 해를 보며 요가를 하니 훨씬 개운하고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웰니스 관광으로 요가와 명상이 떠오르는 요즘, 동해 바다의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며 몸과 마음을 깨우는 선라이즈 요가는 더욱 특별하다. 한 시간가량 진행되는데, 동작이 어렵지 않아 요가를 처음 하거나 유연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일출해변요가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여로요가 정유선 원장.
2020년 여름 시작…한 해 1천여명 참가
지난 2020년 여름에 시작해 매년 일출해변요가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는 정유선 원장은 속초에서 요가원을 운영한 지 벌써 4년째 되었다고 한다.
“원래 하던 일은 요가가 아니었어요. 항공사에서 일하며 서울 생활을 하던 중 코로나 이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고, 여행하듯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바다와 산이 있는 속초로 내려왔죠.”
속초와 양양에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자신과 같은 여행자들을 그 길 위에서 만나자는 의미로 요가원의 이름을 ‘여로(旅路)요가’라고 지었다.
야외 클래스는 2020년 여름부터 양양의 에어비앤비 숙박팀의 제안으로 시작해 매년 5월에서 11월 사이 주말과 공휴일마다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한 주에 80명 이상, 한 해에만 무려 1,000여 명의 여행객이 낙산해변에서 선라이즈 요가에 함께 한다.
싱잉볼 연주·확언샤워로 명상
원데이클래스 후기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는 것 중 하나로 싱잉볼 명상이 있다. 싱잉볼은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하는 전통 악기로, 금속 재질로 만들어져 소리가 맑고 깊은 울림이 세포에 전달되어 몸을 이완하는 데 도움된다. 정유선 원장은 코로나로 몸과 마음이 지친 여행객들이 명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싱잉볼 연주와 함께 ‘확언샤워’를 통해 자아와 감정을 마주하도록 이끈다. 참가자들은 명상하는 동안 긍정과 감사가 담긴 확언을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몸의 건강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 또한 진정으로 돌보는 시간을 가진다.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 원데이클래스 참여 후기를 올린 한 참가자는 “명상할 때 ‘내 몸은 내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는 한 마디에 나는 그 마음을 어떻게 담고 살아가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며, “새벽의 새소리, 바다의 파도소리, 일출로 붉게 번져가는 하늘 아래에서 많은 분이 저와 같은 행복을 체험해보길 바란다”고 남겼다.
마음이 힘들어 혼자 온 여행객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정유선 원장은 “지난 20일 오셨던 한 분이 눈을 감은 채 눈물을 흘려서 제가 토닥이고 지나갔다. 살아가면서 아침에 휴대폰을 확인하며 눈을 뜨고, 출근해서 업무시간을 가지면 내 시간이 거의 없지 않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어 고맙다는 참가자들의 후기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선라이즈 요가 수업이 있는 날에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참여자들을 위한 따뜻한 차를 준비하고 씻고 미리 바다로 나아간다. 전국에서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떠올리며 그들과 같이 여행하는 마음으로 호스트로서 마음가짐을 정비하는 것이다. 4년 내내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수업하는 순간의 자연의 공기와 온도, 에너지를 여행객들과 함께 공유하고 나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한다.
한편, 여행객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자연에서 함께 요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현재 양양 갤러리카페 (레이크지움)과 협업한 문화기획, 플로깅 활동, 대안학교 위탁사업으로 학업 중단한 청소년들과 요가, 명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낙산해변에서 이뤄지는 선라이즈 요가 원데이클래스 참가 신청은 에어비앤비, 또는 네이버에 ‘여로요가’를 검색하면 쉽게 예약이 가능하다.
정채환 인턴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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