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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세계 조현병의 날을 맞이하여
등록날짜 [ 2023년05월31일 13시22분 ]


 

 

5월24일은 세계 조현병의 날입니다.
 조현병을 어떻게 알고 계신지요? 몇 년 전 한 설문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70%가 넘는 사람들이 조현병 환자가 사건사고를 일으켰다는 기사를 보고 조현병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4년 전 큰 딸에게 조현병이 발병했습니다. 환청과 환시의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딸이 귀신을 보고 대화를 한다고 생각했고, 굿을 하였습니다. 굿이 끝난 후 무당이 말했습니다. “영적으로는 정리했으나, 현대의학에서 해야 할 게 있을지 모르니 정신과에 가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딸은 정신병원에 가는 걸 거부했습니다. “상담만 받고 오자”고 딸을 설득해서 지역의 정신병원을 겨우 방문한 것은 몇 달이 더 지나서였습니다. 의사선생님은 당장 입원을 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 상태로 두면, “옥상에서 뛰어내려라”, “자살해라”는 식의 환청을 따라하다 잘못되는 일이 많다고 했습니다.
상담만 받자고 갔던 정신병원이었습니다. 정신과 병동에 딸을 입원시키고 나온 후 숨쉬기도 힘들만큼 터져 나오는 울음으로 조현병과의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9년 동안 딸은 단약과 재발, 가출, 입원을 세 번 반복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은 개인의 힘, 가족들의 힘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가 변화해야 할 부분, 그리고 지자체·국가가 해야 할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를 만들어나가기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안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드러내기 힘든 문화 탓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큰 딸의 병을 드러내기로 하였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글을 올렸습니다.
1)중·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성교육을 필수로 하는 것처럼, 학생과 학부모님들께 청소년시기의 정신건강의 중요성, 정신건강 관리와 정신질환 예방, 증상 및 대처법들을 상식적으로 알도록 교육 및  안내해 주시길 2)정신 질환자 및 정신장애인 가족들에게 가족의 역할과 대처 방법 등의 교육 방안을 만들어주시길 3)치매를 국가가 관리하듯, 정신질환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 주시길 4)대중매체에서 정신질환자에 관련해 필요 이상의자극적인 기사나 과장된 표현으로, 일반인들에게 오해와  두려움을 갖게 하는 방송이나 기사대신, 정신질환의 예방과 대처, 인식개선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 제작 보급을 활성화 해 주시길 5)정책결정에 환자와 그 가족의 요구사항이 최대한 반영해주시고, 퇴원 후의 치료, 상담, 재활프로그램의 지원과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주시길를 요청하였습니다. 
2019년 8월 15일. 이 청원내용에 공감해주신 시민들과 딸, 10명이 모여 ‘설악어우러기’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습니다.‘설악어우러기’에서는 조현병 인식 개선을 위한 강연회를 개최하는 한편, 당사자와 가족을 발굴해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들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함께 텃밭도 가꿔보고, 영화도 감상하고, 볼링도 쳤습니다. 영랑호를 산책하고, 함께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배우고, 전시회도 관람하고, 심리상담도 지원합니다. 
집에서만 지내며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던 당사자분들이 밖으로 나와 소통하며 조금씩 정서적, 기능적 회복을 해가고 있습니다. 4년차인 올해는 ‘직업이 치유’라는 생각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려고 준비 중입니다. 설악어우러기 당사자들의 경제활동과 자립을 위한 것입니다.
조현병은 1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뇌의 질환입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조현병은 조기에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고, 재활을 통해 일상을 회복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14년 전의 제가 그랬듯이 조현병의 증상, 대처 등등에 대해 무지해서 치료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만성기로 접어들어 아까운 인생을 정신병원에서 마감하는 사람들의 삶을 우리는 코로나 초기에 청도 대남병원에서 봤습니다.
1인 가구가 40%를 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혼자 지내다 발병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입니다.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뜻밖에도 작년 둘째 딸에게도 정신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13년간 큰딸의 경험으로 금방 알아보고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작은 딸의 치료 경과는 큰 딸의 발병 1년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일상을 회복해가는 작은 딸을 보며, 조기발견,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이 저처럼 몰라서 무방비로 당하지 않도록, 오해와 편견, 낙인, 배제라는 사회적 쇠사슬도 풀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조현병 등 정신질환에 보다 관심을 갖고 조기발견, 조기치료, 재활을 통한 일상회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역사회에서 다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홍수민
설악어우러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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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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