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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 이야기<25> 1969년 5월 28일 귀환어부 1백50명 인권탄압 보고서<마지막회>
수십 년 불법 감시·사찰…가족·친척도 사찰대상
등록날짜 [ 2023년05월23일 16시38분 ]


진실화해위 인권탄압 보고서에 실린 납북귀환어부 영창호 ○○○의 가족체계도. 이 자료는 1976년 3월 31일 작성되어 납북귀환어부카드와 평가자료서에 첨부되었다.  

 

 납북귀환어부들은 북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정보기관의 감시와 사찰 대상이 되었다. 정보기관들은 1990년대까지 수십 년 간 납북귀환어부들의 개인 일상생활을 불법으로 감시하고 사찰했다. 이런 감시와 사찰을 통해 작은 혐의라도 보이면,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대상자를 잡아들이고 간첩으로 만들어 처벌하였다. 감시와 사찰은 형사처벌보다 더 끔찍한 일이었다. 최소한 법적 절차로 진행되는 형사처벌은 만료 시점이 있었지만, 불법으로 진행되는 기관의 감시와 사찰은 언제 끝난다는 기한도 없는 굴레와 탄압이었다. 
 진실화해위 인권탄압 보고서에 따르면, 수사정보기관은 납북귀환어부들에 대해 납북귀환어부카드, 평가자료서, 귀환어부시찰경과보고 등을 정기적으로 작성하였다. 특히 선원별 신문기록 첫 페이지에는 선원 이름 옆에 甲, 乙, 丙 또는 A, B, C라고 위해 등급을 적어 구분하였다. 수사정보기관은 정기적으로 납북귀환어부평가심사위원회를 열어 등급을 심사했다. 심사위원장은 관할 경찰서장이 맡았고, 안전기획부 담당관, 보안부대 담당관, 경찰서 정보과장과 대공과장, 대공1계장이 참여하였다. 심사위원회에서 작성한 납북귀환어부 평가자료서에는 선원 신상정보만이 아니라 사찰정보도 기록되어 있다. 진실화해위는 1969년 5월 28일 귀환한 어부 150명 전원에 대한 개인사찰 기록을 확인하였다. 
 대부분의 납북귀환어부들은 위해성이 높다는 이유로 A급으로 분류되었다. 일정한 수입에 안정된 생활을 하고 특이동향이 없으면 B급, 특이동향 없이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C급으로 분류했다. 등급 기준을 보면, 가난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 생활이 불안정한 어부들이 더 심한 탄압을 받았다. 
 일상적인 감시와 사찰은 군 보안대와 경찰을 통해 진행되었다. 특히 군 보안대는 납북귀환어부에 대해 평상시의 언동, 일상생활, 외부활동, 생업, 외지출타, 이웃들의 평가 등을 시찰해 총 16개 문항으로 정기적으로 시찰결과를 보고했다. A급 또는 갑등급은 대개 1개월 간격으로 보고서가 작성됐다.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강릉경찰서 소속 경찰관 출신 안○○는 “갑, 을, 병으로 나누어 정기적으로 동향을 파악하고 보고하였다”며, “갑은 한 달에 한 번, 을은 두 달에 한 번, 병은 석 달에 한 번이었다”라고 진술했다. 

 

주변 지인 망원으로 활용해 감시 사찰


 위원회에서는 속초항 소속 기성호 선원 황○○에 대해 1989년 11월 25일자로 C급으로 심사의결했는데, 평가자료서 ‘시찰관계’ 난에는 “1969.7.10. 요시찰인 병류 편입 / 1981.12.26. 요시찰인 병류 삭제 / 1982.1.29. 납북귀환어부 비급 편입 / 1987.10.19. 납북귀환어부 비급에서 씨급 격하”라고 적혀있고, ‘정보망 활용여부’ 난에는 “주소지 공장 ○○씨를 활용하여 동향을 내시한 바 특이동향을 발견하지 못하였음”이라고 적혀있다. 황○○는 생업이 안정되어 있고 귀환 후 특이동향이 전혀 없음에도 귀환 20년이 다 되어서야 위해도가 C급으로 격하된 것이다. 
 충격적인 일은 정보기관이 납북귀환어부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 지인들을 정보망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평가자료서에는 정보망 활용기간과 유급 또는 무급 여부, 정보망 인적사항 등이 기재되어 있는데, 특히 거주 지역의 이웃, 직장 동료 등을 통해 대상자의 정보를 입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예를 들어 ‘마포구 망원동 거주 망원 김○○을 활용’, ‘3통장 무급망 활용’, ‘○○공업 ○○○을 정보망으로 활용’, ‘반장을 활용 중’ 등이 기재되어 있다. 다음은 주변지인을 망원으로 활용해 정보를 수집한 사례이다. 

 

최○○ 
 【평가자료서】 1971.6.19. 요시을 편입 / 1981.8.29. A급. 1983.9.16. B급 / 지역협조망 김○○ 
 【납북귀환어부카드】 A급 / 222보안부대, 107보안부대- 1983.9.25. 1982년 7월에 조직된 친목계 모임을 9월 16일 18:00 영화루(중화요리집)에서 가짐. 9월 21일 13:00경 주소지에서 미귀환어부 연고가족 및 귀환어부 김○○, 협조망 김○○ 등과 장기 및 고스톱을 한 바, 특이사항 없음. 
- 1983.8.2.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미상지에 출타 후 귀가. 8월 30일 폐결핵에 좋다하여 협조망 김○○과 보신탕 취식. 
- 1983.7.25. 6월 25일 09:00~11:00 속초에 출타 후 귀가. 협조망 김○○에 의하면 폐결핵이라는 소문. 300~500만원의 현금을 보유. 

 보고내용을 보면, 협조망 김○○는 사찰 대상자 최○○와 장기나 고스톱을 함께 하고, 보신탕도 같이 먹을 정도로 친한 사이로 보인다. 이렇듯 감시와 사찰에 동원된 망원은 대상자와 아주 친하거나 근접한 거리에 있는 지인들이다. 

 

윤○○
【납북귀환어부카드】 A급 / 1002보안부대, 202보안부대
- 1988.7.1. 5.27. 신○○ 집에서 내기 고스톱을 쳐서 꼴찌를 하여 막걸리와 안주를 삼. 6월 17일 오전에 처와 지붕과 담장을 수리하고, 오후는 동리 주민과 소일. 기간 중 출타, 특이서신이나 대공용의점 발견치 못함. 
- 1988.8.2. 쉬는 날 김○○ 집에서 신○○, 최○○ 등과 어울려 고스톱 등으로 소일. 8월 중순 부산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장녀 ○○이 휴가차 방문. 8.17. 한○○과 막걸리를 마시며 장녀 중매를 부탁함. 8.20. 어촌계 회의 참석. 대공용의점 발견 못함. 

 이 사례를 보면 웬만하면 알 수 없는 개인의 사생활 정보까지 정보기관에서 계속 수집했다. 누군가 대상자의 아주 가까운 지인이 망원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인과 자식 친척까지도 감시 사찰


 사찰기관은 납북귀환어부 본인만이 아니라 부인과 가족, 친척까지도 특이동향이 없는지 감시 사찰하고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김○○
【평가자료서】 1971.7.25. 요시을 편입 / 1978.12.28. 보호관찰 / (정보망활용) 유급망원
【납북귀환어부카드】 A급 / 222보안부대, 5622보안부대
- 1986.8.27. 처 ○○은 7월 30일부터 8월 20일 속초 동 숙박업소 취직 10만원 상당 급료 받은 사실 있음. 처 ○○은 호적부상 1971년 ○○○과 혼인한 후 1972년 협의이혼으로 기재. 
- 1986.9.27. 처 ○○은 속초시 설악동 소재 숙박업소에서 파출부로 종사하다 귀한 후 소일하고 있음. 
- 1989.12.2 하남시 가방공장 경영하는 사위와 딸 집에 기거. 사위 ○○○은 11월 29일 성남으로 전출신고하였는데, 현지 공장 정리가 잘 안되어 12월 4일경에 이전 예정임. 
- 1990.4.26. 장남 ○○이 4월 15일 성남에서 결혼식을 올림. 

 

김○○
【납북귀환어부카드】 A급 / 202보안부대
- 1987.10.16. 처 ○○는 주부들을 상대로 그릇계를 조직, 이웃 부녀자들과 자주 화투놀이를 하며 어울리고 있음. 
- 1988.10.10. 처 ○○는 9월 중순부터 동해시 소재 병원 식당에서 일하고 월 20여만원의 보수를 받는다고 함. 
- 1989.6.30. 처 ○○는 경주시내 다방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며 월 20만원을 수령. 
- 1989.8.30. 대상자의 장기출타(외항선박)로 처에게 불순분자의 접근을 배제할 수 없는 바, 처 대상 동향 관찰에 전력을 기울여야겠음. 
- 1990.5.30. 처남의 아들 ○○가 1988년 9월 현역입대하여 강원 철원에서 병장으로 근무함. 
- 1990.6. 처남의 아들 ○○가 정기 휴가차 5월 23일부터 6월 2일까지 주소지에 방문하였다가 귀가함. 

 

 두 사례를 보면 정보기관은 귀환어부 당사자만이 아니라 같이 사는 부인과 아들, 딸, 사위의 행적도 보고했으며, 집에 찾아온 처남의 아들 신원과 행적까지도 확인했다. 
외항선을 타는 사찰 대상자가 집에 없으니, 집에 남은 부인에게 불순분자가 접근할 지도 모른다며 부인을 집중적으로 감시 사찰했다. 
 인권탄압 보고서에 제시된 납북귀환어부 영창호 ○○○의 가족체계도<사진>는 1976년 3월 31일 작성되어 납북귀환어부카드와 평가자료서에 첨부되었다. 가족체계도에 귀환어부 당사자와 부인, 부모 형제, 아들과 딸은 물론이고, 조카와 제수, 매제, 백부와 사촌 형제, 외사촌형과 외육촌동생까지도 포함시켰다.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 본적과 주소에 범죄 경력까지 기록되어 있다. 수사정보기관은 간첩 색출을 위해 가족체계도에 나온 귀환어부와 가족과 친척 모두를 감시 대상으로 삼았다. 
 납북귀환어부와 가족을 감시하는데 군 보안대와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조직까지도 나섰다. 1977년 4월 26일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은 관할 경찰서에 납북귀환어부 가족실태조사표를 작성해 보고하라고 지시하였다. 이 지시로 강릉과 삼척, 장성경찰서에서 관할지 거주 납북귀환어부 155명의 가족실태를 조사해 강릉지청에 보고했다. 

 

요시찰 해제, 대상자 사망해야만 가능


 납북귀환어부는 어떻게 하면 감시와 사찰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보고서를 보면 귀환어부 150명 중에 위원회 심사를 통해 사찰대상에서 해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는다. 1990년대 납북귀환어부 사찰이 폐지될 때까지, 요시찰의 유일한 탈출구는 대상자의 사망뿐이었다. 
 납북귀환어부 홍○○은 1969년 귀환 후 반공사상이 투철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어촌계장으로 정부시책에 적극 순응해 농수산부장관 표창과 강릉경찰서장 표창을 받았다. 
그럼에도 홍씨는 시찰대상에서 완전히 해제되지 못하고, 귀환한 지 20년이 지난 1989년이 되어서야 B급에서 C급으로 등급만 격하되었다. 
 국가기록원 인터넷 사이트에서 1970년대 강원도지방경찰청에서 작성한 ‘납북귀환어부사망보고’, ‘요시찰인(납북귀환어부)사망삭제보고’, ‘대공인적위해분자(납북귀환어부소재미확인자) 소재(사망)탐지보고통보’라는 제목의 기밀문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문서를 보면, 납북귀환어부는 사망이 확인되어야만 요시찰 대상자에서 삭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72년 귀환한 속초의 어느 납북귀환어부가 바다에 나가 조업 중에 어선 전복으로 실종 사망했다. 고인의 사체가 물치 해변에 떠밀려와 가족들이 이를 수습해 장례를 치르고자 입관 절차까지 마쳤다. 그런데 갑자기 장례식장에 경찰서 형사들이 들이닥쳐 봉인한 고인의 관을 뜯어 훼손하고는, 고인의 신원을 확인한다고 카메라로 물에 퉁퉁 불어버린 얼굴을 찍었다고 한다. 이런 소동에 충격을 받은 고인의 아들 한 명이 졸도했다고 전한다.
 헌법 제17조에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정보기관의 불법 감시와 사찰은 헌법 제17조의 기본권을 침해한 중대 범죄행위이다. 지금이라도 국가가 나서서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국가폭력 범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제대로 사죄해야 한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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