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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칼럼 - 나의 노래는
등록날짜 [ 2023년05월23일 13시46분 ]

“돌~담~길 돌아서며~ 뒤~돌아 보~~고~”
아버지는 잠든 어린 자식들 머리맡에서 그날 산에서 캔 약초 등속을 다듬으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리시곤 했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첫 노래는 잠결에, 그렇게 부르는 아버지로부터 사사된 거였다. 일곱 살 먹던 해 봄, 외할머니를 따라 어머니의 친정인 문경으로 외탁을 갔다. 초가집이었고, 노래기가 끓었다. 기차 태워준다는 말에 혹해서 따라나섰는데, 땅거미가 다가오자 울음이 터져나왔다. 사람 좋기만한 외삼촌이 어르고 달래도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한국전쟁 때 국군으로부터 남편을 잃고 사남매 딸린 청상이 된 외할머니는 골초였다. 곰방대에 담뱃잎을 연신 눌러 피우고 가래를 돋웠다. 비슷한 처지의 할매들이 시도때도 없이 모여 곰방대를 물고 한담을 나눴다.
“거게 강원도 총각, 노래 한자락 불러보라이?”
10원짜리 동전을 눈앞에 흔들며 할매 한 분이 유혹했다. 동네 입구 점빵에서 외삼촌이 사다줬던 쫀디기가 떠올랐고, 침이 입안에 고였다. 목청을 돋워 ‘물레방아 도는데’를 완창했다. 짝짝짝~. 그런데, 눈앞에 흔들던 동전이 월남치마 속 괴춤으로 들어가고 보이지 않았다. 
“하이고, 한 곡 더 부르모 주께.”
그렇다면 이번엔 ‘피리부는 사나이’다. 핏대를 세워가며 불렀다. 이마에 땀이 솟았다. 반드시, 저 괴춤의 10원짜리를 내 것으로 만들고 말리라…. 열창에 박수만 쏟아질 뿐, 동전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삼시분(삼세번)이다 삼시분~ 요번에는 꼭 주께~”
안그래도 울적한데, 못된 할마씨들….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이번엔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 울음반 노래가 끝나고야 10원짜리 동전 두세닢이 내 수중에 떨어졌다. 동네 할매들의 노래 값은 대중 없었다. 실컷 불러도 빈 손일 때도 많았다. 속상해서 울면 그마저도 재밌다고 박수를 쳐댔다. 몬된 할마씨들…. 어떻게 하면 저 할매들의 동전을 수월하게 뺄 수 있을까? 하루하루 궁리하다보니 저녁마다 우는 일도 뜸해져 갔다.
지난 겨울 어느 밤, 동아횟집 주현이네 뒷방에서 죽치고 노래 듣고, 따라부르던 친구들과 의기투합, 밴드를 만들었다. 매주 수요일 저녁, 일과를 마치고 연습실에서 만나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 살아온 시간의 마디마디, 나를 위로해준 노래들이다. 노래는 힘이 세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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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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