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진실화해위원회 제54차 위원회에서 1972년 9월 7일 속초항으로 돌아온 납북귀환어부 160명의 인권탄압사건에 대해 국가기관에 재심과 피해회복 조치를 권고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1971년 8월 4일 피납된 승운호를 비롯해 그해 10월 25일까지 오징어잡이 어선 7척이 북한경비정에 납북 억류되어 이듬해인 1972년 9월 7일 160명의 선원이 속초항으로 귀환해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자료조사 및 신청인 진술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당시 수사기관이 1972년 9월 7일 귀환 직후부터 9월 21일 구속영장이 집행되기까지 귀환어부들을 영장없이 불법구금한 사실이 인정되며, 합동심문 등 조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는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재심의 사유가 된다.
진실화해위는 “납북귀환어부들은 월선하여 납북된 것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조사 결과 자의로 군사분계선을 월선하여 납북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어부들이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점은 협박에 의한 강요된 행위이거나 귀환 후 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로 임의성 없는 진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납북귀환어부들은 형사처벌 이후에도 수사기관의 지속적인 감시와 사찰을 당하는 등 인권침해을 당하였음이 확인되었는데, 특히 군 보안대는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음에도 납북귀환어부를 상시적 사찰을 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한 위법 수사를 하였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납북귀환어부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친인척 역시 수사정보기관에 의한 감시를 받았고, 취업 및 주거 이전의 제한 등 인권침해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정보기관이 주변인들을 정보망으로 활용함에 따라 납북귀환어부와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기관은 1972년 9월 7일 귀환한 납북귀환어부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와 명예 회복을 위해 재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2월 22일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982명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한 이후, 지난 2월 7일 150명, 이번에 160명 총 310명에 대해 진실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남은 672명에 대해 순차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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