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속초시 대표 상권인 로데로 거리를 지나다 보면 텅빈 상가가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고 사람 구경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도심 공동화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지 많은 시민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심공동화란, 도시 중심지역의 상주인구가 줄어들고 텅 비어간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도시가 어느 정도 성장단계에서는 도시 중심지역은 상업, 주거 및 업무지구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소도시에 상가들과 주택들이 함께 모여있는 모습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최근 도시들은 주거형태가 외곽지역으로 이전하고 온라인 상거래의 발전으로 인해 도심 지역의 상업 역할이 약화되어, 도시 중심은 인구와 경제활동이 감소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의 많은 도시들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강원도 대표 도시들에서도 도심공동화 현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춘천시의 경우 대표상권인 명동 일대 90여 곳의 점포 중 20곳 이상이 문을 닫았고, 원주시, 강릉시도 대표 상권지역에서 폐업을 하는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론, 이러한 도심 중심 상권의 붕괴 현상들은 코로나19로 누적된 매출 적자와 대출이자 부담, 시민들의 소비심리 위축 등 여러 가지 원인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지만, 도심개발이 아닌 도시개발을 통한 도시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속초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구 고령화로 경제활동이 왕성한 젊은 소비층이 줄어들고 있으며, 속초 북부권, 남부권 중심으로 민간사업자의 상업 개발로 인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 및 상가 조성과 이에 따른 시민들의 주거지역 이주현상으로 도심지 상권이 시민들의 주거지 중심지역으로 이전되어가고 있습니다.
속초시 대포동을 지나 조양동 초입에 들어서면 우뚝 솟은 주상복합 빌딩과 호텔, 단지형 아파트, 큼직한 상가건물 등 수도권 여느 신도시 같은 모습입니다. 조양동 뿐만이 아니라 속초 외곽지역 곳곳이 이러한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각종 친목모임과 주말 여가활동 역시 주거지역 중심 상권 인근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시민들의 소비 트렌드가 먹거리 위주이다 보니 의류매장 중심의 로데오거리 상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떨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날 속초시민들이 퇴근 후 각종 모임을 하는 장소였으며, 주말이면 가족들과 쇼핑을 하는 여가 생활의 공간이었던 활기 넘치는 로데오거리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시화가 일찍 시작된 서구 선진국의 수많은 도시들은 2차대전 이후 도심이 공동화되며 쇠퇴하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다시 부흥하였고, 일본 도쿄의 경우도 도심공동화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0년초 도시 재개발이 아닌 도심 재개발로 도심공동화가 끝났습니다.
외국도시 중 도심공동화를 극복한 대표적 성공사례로 하르레머 거리가 있습니다. 하르레머 거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속초 로데오거리와 비슷한 쇼핑거리입니다. 이 거리는 암스테르담에서 상권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었지만 암스테르담의 도시개발로 인해 도심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범죄가 일상화 되어 부랑자, 마약상, 무단점유자들이 넘쳐났고, 텅 빈 건물들이 늘어나는 거리로 변해 갔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망한 사람은 하르레머 거리에 가면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한 주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거리가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넬 덜 야허르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을 설득해 거리 청소와 함께 1층 상점들은 모두 쇼윈도를 설치하도록 설득했고, 예술가들과 함께 외벽을 꾸며 나갔습니다. 또한 상가 임대료를 낮춰 상점과 사무실을 유치했고, 슈퍼마켓, 동 주민센터 등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뿐 아니라 독특한 상점들, 작은 미술관을 텅 빈 상가에 들어오게 하고 자전거 및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 환경을 제공해 도심 관광이 가능하도록 거리를 변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하르레머 거리를 변화시키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20년 넘게 어어졌고, 이곳 주민들은 그를 스트리트 매니저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하르레머 거리는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거리 중 하나로 독특한 상점과 맛집들이 위치해 있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인 건물들이 있어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위 암스테르담 하르레머 거리 사례에서의 스트리트 매니저를 우리는 도심재생 전문가로 불리는 로컬크리에이터라고 합니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 특성을 소재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를 지칭합니다.
속초시도 로컬크리에이터가 주관하는 로데오거리 활성화를 위한 2023 동네상권발전소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로데오거리 상권의 문제를 해결하고 상권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3 동네상권발전소 사업을 시작으로, 속초 로데로거리 활성화를 위해 교통 문제, 상가 건물 구조 변화 및 임대료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인구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행사와 소규모 공공기관 사무실, 작은 미술관, 박물관, 문화예술단체, 시민사회단체 사무실을 상가 2, 3층 공간으로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도심지 휴식공간인 광장 조성 등 새로운 공간을 조성해야 나가야 합니다.
속초시의 중장기 도시 계획에서는 도시 개발이 아닌 도심 재개발 및 재생 등 도심지 주거 환경 개선, 대중교통 확충 등의 정책을 수립하여 도시 중심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산업과 문화를 유치하여 로데오 거리라는 도심지의 경제적인 활성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동안 낙후된 도심 외곽지역을 위한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원도심 재생사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워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속초시는 향후 동서고속화철도와 동해북부선 철도 건설에 따른 역세권 투자선도지구사업 추진으로 신도시 조성을 준비하고 있으며, 수도권과의 교통여건이 좋아지면서 시민들의 소비성향도 바뀔 수 있고, 그에 따른 도심 중심부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도시 중심부 공동화를 사전에 막기 위한 계획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도심 중심부 재생은 도시의 경제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도시환경의 개선과 시민생활 편의성의 향상, 도시 발전의 원초적 방향이라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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