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단이 되었어도 연습 장소는 여전히 마땅치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여러 곳을 전전했는데, 학교 건물 옥상도 주된 연습장 중 하나였다.
소리가 어느 정도 잡힌 후 가장 먼저 연습했던 곡이 ‘도레미송’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리고 행진곡풍으로 편곡된 ‘아리랑’이었다. 그다음 각종 의식곡들과 행진곡을 연습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교무실에서 필자를 호출했다. 무슨 일인가 가봤더니, 테너색소폰 파트 1학년 부원 K의 어머니가 필자를 찾아오셨는데, K를 관악부에서 좀 빼달라고 하셨다. 관악부 활동 때문에 공부에 지장이 많다고 하셨다. 참 난감했다. 그래서 그건 좀 곤란하다고 했다. 그런데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계시던 K선생님이 다짜고짜 필자를 나무라시면서 이렇게 말씀했다.
“악기 편성도 제대로 안 되어 있는 밴드부가 무슨 놈의 밴드부냐? 그런 밴드부 그만두겠다는데 왜 안 된다는 거지?”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연습하여 우리 선배들은 대회 나가서 1등까지 했다. 그런 관악부에 대해 격려는 못 할망정 도리어 야단을 치시다니…. 너무 기가 막히고 서러웠다. 그날 그렇게 험한 말을 하셨던 K선생님(영어) 역시 당시 학생들에게 무척 악명이 높은 선생님 중의 한 분이었다. 그 선생님 또한 교육자로서 인성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했다. 필자의 1학년 때 담임 B선생님과 거의 오십보백보였다.
설상가상으로, 또 한 명의 1학년 부원이 탈퇴의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최서호’라는, 학업 성적이 아주 우수했던 후배였는데, 필자와 같은 클라라넷 파트였다. 그 후배는 악기를 정말 꼭 배우고 싶어서 관악부원이 된 경우였다. 그랬던 만큼 연습도 아주 열심히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최서호의 담임이 필자의 1학년 때 담임이었던 문제의 B선생님이었다.
B선생님 역시 최서호를 관악부에서 빼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쉽게 그 부탁을 들어드릴 수가 없었다. 결국은 그게 사달이 되었다. B선생님은 최서호가 단지 관악부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서호를 아주 집요하게 괴롭혔다.
1학년 때 필자에게 하신 것처럼. 견디다 못한 최서호도 결국은 관악부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서 클라리넷 파트와 테너색소폰 파트에 소중한 음악 인재 두 명이 빠져나갔는데, 그 두 빈자리의 인원은 곧 채워졌다.
하지만 악기는 한두 달 연습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그 두 빈자리를 음악적으로 다시 메우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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