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와 이야기를 마치고 출항을 준비하는 정철규 어촌계장.
초도항 곳곳에 해루질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낮에는 바다에 나가 조업을 하고 밤에는 마을어장을 지키기 위해 순찰을 도는 어촌계가 있다는 말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28일 고성군 현내면 초도항에서 정철규 어촌계장과 어업인들을 만났다. 초도항 주변에는 ‘문어 전복 해삼 방류지역 해루질 절대 반대’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해도 해도 너무해요. 우리 마을은 청년부터 80대 노인들까지 매일 밤이 되면 2명이 1조로 새벽 1~2시까지 순찰을 돌아요. 다음날 바다에 나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 눈이라도 붙이러 들어가면 새벽 2~3시 사이에 어디서 나타나는지 외부인이 들어와 해루질을 합니다.” 정철규 어촌계장이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여성 어업인은 “낮도 아닌 밤에 와서 잡아가는 것이 도적질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어업인은 “외부인들의 해루질로 마을 분위기가 점점 흉흉해지고 있다”며 “야간에 외부 차량을 보면 의심부터 든다”고 했다.
정 계장에 따르면 마을어장은 수산업법에 의해 각 어촌계에서 어업면허를 받고 관리하고 있어 해루질을 적발하면 “어촌계의 사전 허락 없이 어장에 들어가 문어, 전복, 해삼 등 수산물을 불법 포획 채취할 시 수산업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대부분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법적으로 해루질을 제재할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마을어장을 관리하는 지역주민들과 외부인이 마찰을 빚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에는 해루질을 하는 외부인을 목격하고 타고 온 차량을 앞뒤로 막은 사건이 있었다. 외부인은 오히려 주민들을 경찰에 신고했고 마을에서 몇 백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2년 전부터 초도항에서 해루질이 늘어났다. 레저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초도항의 수산물이 최상품이라고 수도권까지 입소문이 나면서 한 층 더 심해졌다. 최근에는 대량으로 수산물을 잡아 판매까지 하는 것도 목격됐다고 한다.
어촌계는 “마을어장에 새끼 문어, 전복, 해삼 등을 방류해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3년을 기다린다. 어업인들은 순번을 정해 조업을 하는 등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전문 외부인들의 해루질이 늘어나면서 수산자원 고갈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3일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기준을 구체화하는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다<본보 3월 27일 자(1590호) 보도>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업인들은 쌍수를 들어 반겼다. 초도항 어업인들을 하루빨리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생계와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정철규 어촌계장은 “농부가 농사를 짓듯 어업인도 바다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라며 “취미와 재미로 어업인의 삶의 터전을 망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성낙규 기자 nk_22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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