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인적으로 하고자 했던 공부와 수행을 20년 인고의 시간 끝에 마쳤다. 예술은 죽을 때까지 해도 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음악에 지름길은 없다. 건설 분야로 비유한다면, 이제 겨우 토목공사를 마쳤다.
언어를 안다고 해서 본질을 안다고 착각하지 마라. 모든 것은 체험을 통해서 완성된다. 쌓으려는 탑이 높을수록 중요한 건 꼭대기의 조각상이 아니라 가장 아래의 기둥이다. 한마디로 예술은 멀고, 인생은 짧고, 현실은 잔인했다. 예술 세계라는 것이 참, 절실함, 처절함의 고통을 체험하게 한다. 그 결과 예술적 가치의 결정체는 감동과 즐거움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반고흐(화가)처럼 귀 자르고 자살하지 않고 잘 이겨냈다.
■생태계=세상의 모든 발전은 제도권이 아닌, 자연 야생 생태계에서 이루어진다. 자연 야생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전쟁해서 얻은 가치 있는 결과물들을 제도권에서 관리하고, 가꾸고, 보존하면서 사회를 이롭게 한다. 예술은 끝없이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무한 경쟁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제도권은 무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예술은 항상 앞서서 유행을 리드하고 세상을 리드했을 때 그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다. 즉, 제도권의 한계와 경계를 초월해서 넘어야 하는 일이다.(그동안 제도권에 깊이 스며들지 못하고 오해받는 대목 중 하나이다.)
■이성과 감성 & 마인드=인간의 뇌는 공감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동시에 못 한다고 한다. 즉, 두 가지의 뇌 패턴이 동시에 존재하지 못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순간,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정치 지도자나 조직의 리더는 분석하는 사람이 아니다.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는 공감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동안 분석하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공감과 협상하는 순간 어설픈 정치 논리가 되고, 그로 인해 그 깊이와 가치는 잃게 된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아닌 기생하는 존재가 된다. 또한, 경제학의 상식 중 하나가 바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경구이다. 퀄리티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다. 즉, 품질은 타협하면 안 되는 일이다. 그것은 국가나 기업이나 디테일을 무시하면 모두 다 망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오해받는 대목이다.(비현실적이고, 말 안듣는 놈)
■예술과 현실적 괴리감=예술, 행정, 정치=한마디로 동상이몽이다. (예술) 가치확보 추구, (행정) 지도·관리·감독, (정치) 수학 논리이다. 각 분야의 기능과 역할이 다름을 먼저 헤아리고,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결국, 관리와 가치확보 경계선에서의 균형과 조화다. 이는, 모든 조직의 숙제이며, 또한 리더의 고민이다. 화초는 일 년이면 꽃을 피우지만, 나무는 오랜 시간을 걸쳐 뿌리가 내려야 하는 일이다. 예술, 정책, 정치 3가지 완성을 위하여 예술은 정치가 아닌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에게 있어 문화예술의 가치확보란 감정의 사치인가? 관리가 아닌 관심만이 최고의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견제하고 통제하는 기구가 되어선 안 된다. 또한, 예술인들 스스로가 예술 생태계 환경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에, 자존심을 버린 건 예술인 자신들이다. 스스로 팔아버리지 않는다면 세상의 돈과 권력으로도 예술인들이 가진 진짜 소중한 걸 절대 살 수 없게 된다. 바닷물은 3.5%의 염도 성분 때문에 썩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분야가 그러하겠지만, 어려운 역경과 시련 속에서 얻어진 인재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그 분야에 바닷물 염도의 교훈이 될 것이다.
■역할=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브랜드) 가치다. 개인적으로 예술인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검증과 그에 따른 역할은 이미 다했다. 향후, 지역 문화예술발전과 시민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내 영역이 아니다. 문화는 유산이자 미래다. 현재 전 세계는 문화 전쟁 중이다. 개발도상국 시대에는 하드웨어 전쟁이었다면, 선진국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전쟁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마을 전체가 필요하듯이….
절차탁마(切磋琢磨), 좋은 옥(玉)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을 키우는 게 제일 힘들지만 그 길을 가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큰 뜻을 품은 자는 큰 고통을 겪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고통이 어디서 오겠나. 이에 따른 노력 결과에 대하여, 불교에서는 ‘인연 따라간다’ 하고 교회에서는 ‘주님에 뜻’이라 한다.(회지, 불회지(懷志, 不懷志), 즉 뜻은 품되, 뜻을 품지 말라.)
■성공=성공은 결과물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성공이 진정한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존경이 있어야 한다.
존경은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수학으로 접근해서 도덕으로 완성, 이론으로 시작해서 실기(체험)로 완성, 머리에서 가슴으로 등과 같은!(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 시기 질투와 중상모략은 가까이 있었고, 진실은 멀리 있었다. 똑같이 비열한 방법을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내가 사람답게 살고자 함이었다.
원수지간은 가까이에서 나오고, 잘 모르는 사람과는 원수지간이 될 수 없다. ‘미안해’는 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고, 사과할 수 있는 그 힘은 자존감이라고 한다.
그동안 도와주신 많은 분들의 관심, 응원, 사랑이 큰 힘이 되었다. 오늘 이글은 도와주셨던 분들에게 결과 보고의 성격이다. 감사드린다. 20년을 보내면서….
P.S=이일은 마치 독립운동하는 것과 같았다.
<김기선 설악문화예술단(속초음악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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