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4일 고성·속초산불이 발생한 지 올해로 4년이 됐다. 이날 저녁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전신주에서 튄 불꽃이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토성면과 영랑호 일대를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산림과 가옥 등은 잿더미가 됐고, 이재민들은 임시거처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갔다. 속초와 고성은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들과 관련 기관장들이 앞다퉈 피해지역을 찾을 정도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산불이 발생한 지 4년이 됐지만, 이재민들은 아직도 산불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산불 책임과 보상문제는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한전 속초지사 앞에서 4·4산불비상대책위원회는 고성·속초산불 4주기 집회를 갖고 한전은 산불 피해로 고통받는 이재민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민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주민들은 한전의 전신주 관리 소홀로 산불이 시작됐다는 점이 인정됐는데도 가해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업무상실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현직 한전 직원들은 항소심에서 지난 1월 원심과 같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기존 피해보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이재민들은 한전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부의 한전에 대한 구상권 문제까지 겹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이재민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와 지역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이재민들은 기댈 곳이 없어 더욱 막막하기만 하다. 산불비대위는 집회 후 춘천지법 속초지원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이재민들이 기대고 의지할 곳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 말고는 없다”며 “아프고 지친 이재민들을 잘 보살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산불 이재민들이 하루속히 산불의 악몽을 털어내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한전에서도 가능한 방안을 찾아 빠른 해결에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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