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는 1989년 공개된 미국 영화로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피터 위어’ 감독에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사람들의 심금을 명대사 중 하나가 바로 ‘카르페 디엠: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너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라.’이다.
명문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획일적 교육과 이를 위한 억압과 통제를 당연시하는 사립학교 ‘웰튼고등학교’에 부임한 교사 ‘존 키팅’은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교육 방식으로 스스로가 좋아하는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추구할 수 있도록 꿈을 키워준다. ‘연극’이라는 자신의 재능과 꿈을 추구하던 제자 ‘닐’의 죽음을 책임지고 학교를 떠나는 선생님을 향해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자 평소 키팅 선생님을 지칭하는 표현인 ‘O Captain! My Captain!(오, 함장님!, 나의 함장님)’을 외치며 책상 위에 하나, 둘 올라서는 학생들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삶의 유지’가 아닌 ‘삶의 목적’을 강조한다. 가치 있는 삶의 목적을 위해 가치있는 생각과 시각, 그리고 가치 있는 실천과 행동을 이야기한다.
사전적 의미의 ‘역사’는 인류 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에 대한 인식, 또는 그 기록으로 정의한다. 긍정적인 과거 사실은 현재에서 모범사례로 삼을 수 있으며, 반면 부정적이고 아픈 사실은 반면교사로 삼아 현실과 미래의 옳은 잣대를 설계할 수 있기에 역사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역사를 한낱 지나간 과거의 하찮은 산물 정도로 가벼이 여기지 않고 이를 고증하고 조사·연구, 기록화하는 이유가 우리 인류의 가치적 삶을 위함에 있는 것이다.
또한, 역사는 모든 인류를 위함으로 한다는 가치적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성, 사실성, 객관성 등이 담보되어야 한다.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데 있어 현실의 특정 세력 및 권력자의 이익이나 도구로 변질하여서는 안 된다. 역사 해석에 인위적인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특정 목적을 위해 꾸미거나 포장을 한다면 사적 욕심의 도구로 전락하며 이러한 역사는 개인 소유물에 불과할 뿐이다. 인류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상실한 역사는 역사의 위치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공적(公的) 위치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공적 자리에서 역사를 변질시키는 언행들이 요즘 심심찮게 등장하여 우리 사회를 달구는 담론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독재, 민주주의 위기 등 우리 사회가 특정 세력에 의해 억압받고,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마다 분연히 올바른 목소리와 행동을 이끌었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마저 시국미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지금의 우리 사회의 위기를 드러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전쟁 당시 북한 지역이었던 속초·양양지역의 원주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을 자행하고, 부녀자들을 강간·겁탈한 자들의 지휘자를 찬양하자고 주장하는 일부 특정 세력들도,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로 고통받았던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망각한 채 식민지론을 세우고 제국주의를 찬양하던 일본의 메이지유신 사상가의 말을 인용하고 포장하는 한 국가의 지도자도 ‘죽은 역사의 사회’를 세우려 하는 반민족적, 반사회적, 반인류적 행위임을 우리는 직시하여야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 그리고 <죽은 역사의 사회>는 ‘가치 있는 사고와 행동이 사라져 버린 사회’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지금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이자 동시에 책무가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