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지난달 28일 ‘고성 건봉사지’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승격, 지정했다.
건봉사는 신라 법흥왕 7년(520) 아도화상이 원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고, 고려 공민왕 7년(1358) 나옹선사에 의해 현재의 이름인 건봉사로 불리게 됐다.
건봉사는 만일염불의 발상지며,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불교신앙의 중심도량며, 조선시대 4대 사찰의 하나로 불교사상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켜 왜군과 싸웠던 호국불교의 상징이자 민족의식의 산실로 역사적·종교적 의미가 매우 높은 유적으로 평가된다.
고성군은 1990년 지표조사를 시작으로 2002년부터 2020년까지 9차례의 발굴조사와 사적지정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조사 성과와 역사, 체계적 복원방안 등을 제시했다.
건봉사는 세조의 금강산행 일정 중 원당으로 지정한 이래 7대에 걸쳐 조선왕실의 원당으로 지정됐다. 왕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세우거나 육성한 불교 사찰을 뜻하는 원당은 설립주체인 왕실을 상징하는 징표가 있어야 인정될 수 있는데 2008년 2차 발굴조사(대웅전 지역)에서 어실각을 발굴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 어실각은 조선시대 왕실에서 원당으로 지정한 사찰에 지어진 건물을 말한다. 사명대사가 1605년에는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가 왜군이 약탈한 석가모니 진신 치아사리를 되찾아 건봉사에 봉안, 현재 8과를 보관 중이다. 1만일(약 27년)을 정해 놓고 아미타불을 염송하며 기도하는 만일염불회를 758년 발징화상에 의해 시작한 이래 1908년 5회 만일염불회 전통을 계승한 한국 불교신앙의 중심이다. 건봉사에는 능파교(보물), 건봉사 불이문(문화재자료), 부도군 등 다수의 문화유산이 현존하고 있다.
건봉사는 조선시대 3,183칸에 달하는 규모로 전국 4대 사찰의 하나로 꼽힐 만큼 대사찰로서 위상을 유지했지만, 1878년 산불과 한국전쟁 중 불이문을 제외하고 전소되는 등 과거 불교신앙의 중심이자 호국불교의 상징인 건봉사는 그 모습을 잃어버리게 됐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강원도, 고성군과 협력해 ‘고성 건봉사지’를 체계적으로 복원해 보존·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성낙규 기자 nk_2232@naver.com
눈 덮인 건봉사 전경.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