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연주하는 서예가.’
지난해말 스포츠조선 라이프 특집국이 주관한 ‘2022년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 브랜드 대상’ 문화예술 서예 부문을 수상한 예천 박종칠(76, 사진) 작가를 이르는 말이다. ‘오랜 세월 축적된 노력과 경험에 바탕한 발군의 실력으로 명실상부 입지를 구축’한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속초미협 회원으로 7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박 작가는 서예 강사와 휘호 봉사, 리코더 연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속초평생교육문화센터와 속초시노인복지관, 속초서우회 등에서 한문 서예 강사로 활동 중이다. 노인복지관에는 매주 한 번씩 찾아가 노인들에게 리코더 연주를 들려준다. 설악문화제, 해맞이축제 등 각종 행사에서 가훈 써주기 봉사를 20년 넘게 진행해 왔다. 지난 2021년 6월에는 김상복 속초연탄은행 대표 등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에서 열린 ‘6·8 독도 미공군 폭격사건 어민 위령행사’에 참여해 ‘독도는 대한민국 땅 모두가 사랑하자’는 글을 써 위령제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부터 서예에 심취한 그는 교사 사직 후 본격적인 서예가의 길로 나섰다. 여러 스승을 찾아 서법을 익히고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특히, 예서체에 바탕한 목간체로 특유의 글씨체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서도대전을 비롯해 강원서예대전, 동아국제미술대전, 한국현대서화예술협회 등에서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서예가로서의 명성을 알렸다.
박 작가는 한·중 문화교류에도 공을 들였다. 7년 전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매년 중국 산둥성을 방문해 7개 대도시를 순회하며 기관과 학교에서 가훈과 사자성어 등을 써주고, 현지 문화원장과 서예가들을 속초에 초청하는 등 교류를 이어왔다. 산둥성에서는 부시장과 시민들이 나와 카퍼레이드 행사를 할 정도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중학교 때 영화 간판을 그려 용돈을 벌었다는 박 작가는 서예뿐 아니라 그림에도 조예가 깊어 전시회를 열었고, 리코더를 비롯해 기타와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연주 솜씨도 수준급이다. 그에게 악기를 배워 음대에 진학한 제자들도 있었다. 뛰어난 리코더 연주는 온라인에서 공유돼 2만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다. 그는 70년대 초 교직에 있을 때 춘천교대 음악교수에게 청해 일본의 리코더 연주법을 배워 교사들로 구성된 리코더합주단을 전국 최초로 속초에서 창단했다. 이어 8번의 연주회를 가진 후 단원들이 각 학교에 리코더반을 만들면서 전국에 보급했고, 전국 리코더대회도 열었다. 그는 교과서에 실린 ‘피리’라는 악기명을 문교부(현 교육부)에 요청해 ‘리코더’로 고치도록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노인복지관에서 리코더를 연주하면 아름다운 소리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어요. 조용하게 마음을 닦을 수 있는 리코더를 배워 인생을 즐겼으면 합니다.”
박 작가는 앞으로도 서예를 가르치고 가훈을 써주고 리코더를 연주하는 봉사하는 삶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이젠 나이도 있고 시간도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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