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고성축산농협 가축경매시장 분위기는 무겁고 어두웠다.
이날 숫송아지 37두와 암송아지 11두 등 총 48두의 경매가 진행됐다. 평균 경매가는 숫송아지 260만원, 암송아지 164만원으로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각각 83만원, 94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군에 따르면 고성군의 한우 사육농가는 322호로 모두 1만1,487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전국 한우 사육농가와 사육두수는 9만2천호, 370만마리이다.
350두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신영남 고성군한우협회 회장은 지난달 7일 설날을 앞두고 100두를 가축경매시장을 통해 거래했다. 신 회장은 최고가 대비 2억여원 정도 마진이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경매에 참여한 A(62, 100두 사육) 씨는 “소값이 최고가 대비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며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송아지 한 마리를 6~7개월 키우는 데 사료값만 100여만원이 든다”고 했다. 이어 “더 이상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암송아지 2마리를 각각 130만원과 140만원에 처분했다”고 말했다.
소값 하락에 작년 상반기부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곡물 가격의 고공행진은 사료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고, 환율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인건비 급등으로 이어지며 축산농가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천정부지 치솟던 국제 곡물 가격이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사료가격은 작년 12월 한 포대(25kg 기준)당 500원 내린 데 이어, 지난 10일 출고분부터 배합사료 한 포대(25kg 기준)당 625원(25원/kg)이 추가 인하됨으로써 한우농가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신영남 회장은 “이번 한우값 파동으로 도축농가보다 번식농가가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다”며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로 재고가 쌓였고, 또 예전 한우가격 호조세가 이어질 때 농가에서 사육 마릿수를 늘린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한우값 파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농가별 사육수를 제한하고 농가도 자율감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에 축산업도 수도작을 지원하는 정도의 지원정책을 수립해주고 군부대 등 단체급식 확대, 민관 합동으로 소고기 소비를 늘리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료가격이 농가 생산비 비중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사료가격 파동을 대비해 농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안정장치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를 위해 사료 구매자금 무이자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성군의회는 지난 9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에서 ‘소값 폭락에 따른 정부 적극 대처 촉구 건의문’을 채택하고, 피해 축산농가에 사료값 및 조사료 생산기반 지원, 한우암소 도태 장려금 지원, 한우 소비촉진·유통정책 관련 예산 확대, 한우고기 소비촉진행사 적극 추진 등 정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15일 축산농가 사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정책자금을 연리 1.8% 2년간 융자 지원하고, 올해 축산발전기금 3550억원과 이차보전 6450억원을 포함해 총 1조원 규모로 지원하는 등 축산농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과 연계해 ‘서프라이즈 2023 대한민국 한우세일, 맛도 가격도 감탄! 감탄한우’ 등을 열어 한우 소비 증진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농협도 지난 17~19일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살맛나는 한우 반값! 파격 할인행사’를 했고, 20~30% 할인행사를 연중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낙규 기자 nk_2232@naver.com
고성축산농협 가축시장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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