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속초시 승격 60주년이다. 우물물을 마실 때, 최초로 우물을 파며
수고했던 사람에게 감사하듯 필자 역시 그동안 속초시의 눈부신 발전에 애써주신 선배님들과 시민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한다. 반면, 2천만 관광시대를 맞아 속초의 자랑이자 영원히 명성을 떨칠 설악산에 대한 안타까운 현실에 개선 역시 요구되는 시점이다. 설악산은 세계적 명산이다. 그 이름값의 대열에서 낙오된다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안타까워할 것이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설악산을 찾는 주말 신혼여행 방문객과 초·중·고등학교 단체 수학여행단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동네 강아지도 만 원짜리 한 장씩은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다. 생생한 내 기억으로는, 당시 바쁜 일손을 돕기 위해 필자의 누님도 설악산 어느 계곡산장 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셨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선택적 지시에 의한 ‘설악동 종합개발사업’의 수행으로 설악동 활성화의 전기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그 찬란했던 시절은 기억으로 묻혔고 수학여행 1순위로 꼽히며 성업을 이어가던 국민 관광지 설악동이 오랫동안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130여 곳의 숙박업소와 식당이 폐업상태로 방치되어있는 현실에 지역 주민들 역시 많은 안타까움을 통감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설악동 활성화 방안을 앞다투어 공약으로 내놓았지만 당선 후, 공염불 되기 일쑤인데다 설악동을 살리자는 민원이 폭주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꽃길 조성이나 가로등 교체사업 등으로 생색내기 면피용에 그쳤다. 이제 재건사업을 앞둔 시점에서 설악동 활성화를 위해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설악동 각 단체들을 위시한 개인의 이득을 떠나 대승적 목소리로 설악동 활성화 대책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설악동은 대규모 단체관광이나 수학여행이 소규모테마형으로 바뀌면서 침체가 시작되었다.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새벽에 도착, 무박 산행의 당일치기 여행으로 트렌드가 바뀐다는 것은 산행 외에 주변 체험이나 즐길 거리가 없다는 방증이다. 관광객들 대부분이 과거에 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등 각지 여행경험이 풍부해 이젠 여행숙소로 저렴하고 잠만 자면 되는 곳이 아니라 비용이 들더라도 보다 깔끔하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선택ㆍ선호하는 만큼, 설악동 숙박업소들 역시 경쟁력을 제고하지 않으면 점점 더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설악산 BㆍC 지구에 주차장이 있기는 하지만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거의 전무한 상태다 보니 해당 지구에 관광객들이 머무르지 않고 그냥 지나쳐 차량들이 소공원 주차장으로 몰리는 사태 역시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트렌드를 설악동 관광 테마가 따르지 못하고 유행의 병목 현상으로 속초를 찾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 고민되어야 할 사안은 신흥사와의 협의를 통한 상생이다.
앞선 지적처럼 설악산 BㆍC지구에서부터 관광객들이 휴식과 즐김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숙박업소와 상가들은 사유재산이다. 관련 업종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협조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규제완화를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와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노력 끝에 강원특별자치시대를 맞아 자치도법 개정안이라는 혁신이 이루어졌다. 이제 속초시 역시 설악산의 명성을 되찾는 것은 물론 설악동의 활성화를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시켜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다. 2024년까지 264억원을 투입하여 관광 및 숙박객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하려는 설악동 활성화 재건계획이 속초시에 있다. 온천힐링족욕쉼터ㆍ트램ㆍ야간가로공간 및 출렁다리 등 특색있는 시설을 조성하고 지하 3층, 지상 6층의 200실의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할 계획이다. 또한 인근에 위치할 생활형 숙박시설 역시 560실 1차분양에 이어 2차까지 1,000실 이상 분양계약 예정이며 신축시설에 온천수가 공급돼 이용객들의 편의와 힐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는데, 힘들게 지탱하며 운영되고 있는 현 숙박업소들의 생계적 피해가 우려되는 바, 자치단체와의 각별한 소통의 자리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건설사의 이익으로만 결론난다면 속초시가 시민들에게 감내해야될 감정의 빚더미는 상상초월일 것이다. 따라서 모든 관련자들에게 역지사지(인지적 공감)의 힘이 요구된다. 공감은 깊이보다 넓이가 요구되는 법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설악동의 활성화를 위해 BㆍC지구 내에도 특별한 설악산다움의 볼거리·즐길 거리가 사업계획에 꼭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설악동은 무심하게 넘어갈 장면 하나 없이 해가 저무는 줄 모르고 즐길 명소다.
인근 지자체의 관광 개발이 심상치 않다. 관광객 쏠림현상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관광 1번지 속초’라는 안일한 사고에서 벗어나 살피고 새로워져야 하는 관광 활성화의 원년으로 삼아 재도약의 성공을 이루는 속초시 승격 60주년이기를 기원한다.
김진기
전 속초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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