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을 찾아오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고, 숙박이나 음식업소에 대해 안내도 하면서 더욱 편하고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또 고성군을 홍보할 기회가 생기면 국내 다른 지역이나 외국으로 나가서 홍보하는 일도 합니다.”
지난 2005년부터 ‘화진포 관광안내소’에서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고 있는 김명옥(55세) 씨는 관광객들을 대하며 늘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관광객들을 밝은 미소로 맞고, 해박한 정보와 지식으로 친절하게 안내하는 김 씨가 ‘고성관광 활성화를 이끄는 숨은 역군’이다.
김 씨처럼 관광산업의 최일선에서 ‘고성군 알림이’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고성군 관광통역안내사는 중국어 2명, 영어 1명, 일본어 1명 등 총 4명이다. 이들은 화진포 관광안내소에 3명, 통일전망대 안보공원에 1명이 배치돼 순환근무 방식으로 연중무휴로 활동한다.
김 씨는 중국 흑룡강성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조선족 학교를 줄곧 다닌 김 씨는 간호중국과를 졸업했다. 능숙한 한국어 실력은 내국인과 차이가 없다.
강원국제관광엑스포 통역 시작김 씨는 지인의 소개로 1994년 7월 한국에 입국해 9월 아야진 출신의 남편과 결혼했다. 그 당시 남편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는데, 결혼 후 함께 아야진으로 이사했다.
남편은 고향에 돌아와서 어업에 종사했다. 김 씨도 가정에 보탬이 되기 위해 3년 정도 항구 어판장에 나가 잡일을 했다. 이때가 가장 고됐다고 회상했다. 힘든 일에 지쳐갔고 부부 싸움도 늘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힘들 때마다 예쁜 쌍둥이 아들·딸의 재롱과 시부모님이 친자식같이 대해줘 버텼다. 일은 고됐지만, 점차 수입은 늘었고 생활도 생활도 안정됐다. 고진감래는 현실이 되어 지금 거주하는 집도 새로 지었고, 남편은 작은 어선을 샀다.
1999년 속초에서 열린 강원국제관광엑스포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강원도에서 18개 시·군별로 관광통역안내사를 배치하도록 했는데, 그때 통역사로 활동한 것이 계기가 돼 2000년 1월부터는 고성군 알프스스키장에서 통역사로 일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에는 가을동화 영향도 있어서 대만과 홍콩 관광객이 엄청 많았어요. 16명의 통역사가 3개월씩 돌아가면서 일할 정도였죠.”
김 씨는 2005년부터 고성군 화진포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고 있다. 외국관광객들만 상대하는 게 아니다. 전국의 기관·단체나 방송국 등에서 요청하면 현장에서 설명회를 진행하고 각종 지역축제, 음식점, 단체여행 스케줄 등 다양한 안내를 맡는다. 또 관광홍보 책자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택배나 우편으로 발송해주는 일도 한다.
리셴룽 싱가폴 총리 안내
김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들려줬다. 2015년 12월 싱가폴 리셴룽(70) 총리가 고성군에 알리지 않고 화진포로 일행과 여행을 온 것이다. 안내소에 한 사람이 찾아와 “중요한 분이 오셨는데 안내를 해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아주 중요한 분이라고만 듣고 현장에 나갔어요. 당시 리셴룽 총리는 등산복 차림이었고 누군지 알지도 못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싱가폴 총리라고 알려줘 깜짝 놀랐어요. 리셴룽 총리가 고성을 여행한 것이 알려져 싱가폴 여행사에서 ‘총리가 다녀간 여행지’로 코스를 만들었고, 이듬해 11월 싱가폴 단체관광객 200여명이 화진포를 찾았을 때는 정말 감동적이고 이 일을 하는 게 참 자랑스러웠어요.”
2016년 6월에는 고향인 중국흑룡강성 계서시에서 개최된 고성군과의 ‘자매결연’ 협약식에 참여해 통역을 맡아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김 씨는 새해 소망으로 평화를 꼽았다. “지금 남북이 사이가 좋지 못해 관광지도 문을 닫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요. 외국인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곳이 DMZ인데,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매우 안타까워요. 다시 평화가 찾아와 아름다운 고성을 소개하고 싶어요.”
그는 올해 고성에서 열리는 세계산림엑스포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통역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낙규 기자 nk_2232@naver.com
김명옥 관광통역안내사가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
김명옥씨가 2015년 12월 싱가폴 리셴룽 총리와 화진포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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