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학교들이 새 학기를 맞아 분주해지는 시기이다. 가을로 들어가는 문턱임에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계획된 학사일정으로 학교와 교실은 열기로 가득하다. 특히, 고3 수험생들과 선생님들의 노력과 수고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9월 12일부터 2017년도 대학입시 수시 전형 서류접수가 시작된다. 학생들의 교과(내신)성적 외에 비교과 활동, 즉 동아리 활동이나 자기 주도적 학습, 그리고 봉사활동 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들어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중이 역대 가장 높은 점이 올해 대학입시의 가장 큰 특징들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입학정원의 1/3정도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며, 서울대는 76.8%를 차지한다.
‘고교교육정상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학생부종합전형(구,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성적만으로 줄 세우기를 지양하고 학생의 성장가능성과 잠재력, 적성, 인성 등을 평가 요소에 반영하여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취지’의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과 교사에게 적지 않은 혼란과 어려움을 주고 있다. 각 대학별, 전공별로 요구하는 인재상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이를 증명할 만한 평가요소를 선택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을 평가요소로 두는 1단계 서류평가, 2단계 면접, 마지막으로 최저학력을 가지고 최종합격자를 가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또 다른 어려움은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다. 각 대학이 평가 기준을 미리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정성적 평가’의 성격이 강하다보니 평가의 객관성이나 투명성에 많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대학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전형이다.
서류평가에서 ‘자기소개서’가 주는 부담감이 특히 심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 ‘공통양식’을 제공하지만 주어진 글자 수에 맞춰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배우고 느낀 점…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와 느낀 점… 학업계획…’ 등을 작성하기란 쉽지 않다. 학생부에 독서, 동아리, 봉사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이 풍부하게 담겨져야 작성할 수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문장으로 풀어 인재상을 부각시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꼼꼼한 지도가 필요하다.
고3 담임들은 학년 초부터 학생별 진학 상담, 학부모 상담, 학생부 작성 등 교과 수업 외적인 업무로 항상 분주하다. 2학기부터는 얼마 남지 않은 수능에 수시전형까지 더해져 업무의 가중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한 학생당 보통 적게는 2~3개 대학, 많게는 5~6개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현행 대입수시전형 제도는 대학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긍정성은 있지만, 지원 대학수가 많기에 준비 과정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는 보통 ‘입학사정관’들이 담당한다. 수험생들이 제출한 서류를 다면적으로 평가,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평가에 있어 주요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교사들이 작성한 ‘학생부’이다. 입학사정관들이 일선 고교에 요구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가 바로 이 학생부작성에 대한 내용이다. ‘상위권 학생들만 학생부를 공들여 적어 주는 경향이 있는데, 교과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더라도 비교과영역에서 잘 하는 것이 있다면 팩트 위주로 잘 적어 달라’는 주문이다.
해외 대입제도 중 미국의 입학사정관 전형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역시 이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렸다. 시행한지 100년 정도나 된 미국 대입 전형을 모델로 도입한지 10여년이 채 안된 한국형 입학사정관제전형이 단시일에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겠지만, 그래도 하루 빨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과 교사들의 수고와 어려움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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