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4년 전만 해도 양미리 조업이 끝나는 연말이면 아쉬움이 많았는데 올해는 조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많은 양의 양미리가 꾸준히 잡혀, 2022년은 우리 어민들에게는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지난 21일 오전, 동명항 양미리작업장에서 만난 한 어민은 그물에 촘촘히 걸린 양미리를 바라보며 연신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이 어민은 “연일 많은 양의 양미리가 잡히다 보니 기상이 나쁜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바다에 나갈 수밖에 없어, 올해가 가는지도 모를 정도”라며 “내년도 올해같이 바다가 풍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인년 한 해가 불과 10일밖에 안 남았지만, 양미리작업장은 연말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분주했다.
예년 이맘때면 고기가 안 잡혀 조업을 접어야 할 시기지만, 2~3년 전부터는 연말에도 양미리가 꾸준히 잡혀 새해 1월 중순까지 조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고기가 안 잡혀 조업을 접어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에 양미리가 잡히면서 해를 넘겨 조업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성재 속초양미리협회장은 “2~3년 전부터 해마다 조업 기간이 열흘 정도 늘어나고 있다”며 “바다 수온이 원인일 수 있지만, 우리 어민들에게는 조업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날도 2~3톤 규모의 소형 어선 금성호에 실린 그물을 작업장으로 끌어 올리느라 어민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양미리가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빼곡히 걸려 있어 건강한 남성 10여명이 달라붙고서야 간신히 그물을 물양장 작업장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작업장에서는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그물에 걸린 양미리를 제때 처리하지 못할 경우 신선도가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 정박한 강민호에도 양미리가 촘촘히 걸린 그물이 한가득 실려 있어 ‘연말 풍어’를 실감케 했다.
박성재 회장은 이날 하루에만 500여통(통당 60kg)이 위판될 것으로 예상했다.
속초수협은 올가을 양미리 조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하루 평균 400~500통의 양미리가 위판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어황 호조로 지난 20일까지 양미리 위판량은 799톤으로 지난해 443톤보다 80.3% 증가했다. 위판고 또한 17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11억1,000만원보다 45% 늘어났다.
박성재 회장은 “올해 어황이 좋지만, 하루 수입의 3분의 2를 유류비와 인건비로 써야 해 생각처럼 그리 수지맞는 장사는 아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속초수협 관계자는 “연말에도 양미리가 많이 잡혀 조업 초기 12만~15만원에 거래되던 통당 가격이 지금은 10만~12만원으로 떨어졌다”며 “10만원 이하로 떨어지면 어민들이 조업 경비를 맞추기 어려워 중매인들과 계속 협의해 가며 어가를 10만원 대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전반적으로 다른 어종의 어황은 안 좋은데 그래도 양미리가 많이 잡혀 전체 어획고는 지난해보다 좋다”며 “기상 악화로 22~24일 동해상에 주의보가 내릴 예정이어서 기상이 나쁘면 산란을 마친 양미리가 먼 바다로 이동할 수 있어, 내년 새해까지 조업이 이어질지는 이번 기상상황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양미리 풍어에 지난 21일 오전 어민들이 그물에 촘촘이 걸린 양미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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