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 전후로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납북귀환어부 11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아 수십 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지난 21일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형사1단독 김찬년 판사는 건설호와 풍성호, 창동호 납북귀환어부 11명에 대해 재심 선고공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납북귀환어부사건 재심에서 10명 이상이 한꺼번에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죄를 선고받은 11명 중 풍성호 선원 1명은 지난 2월 진실화해위 진실결정을 받아 재심을 신청했으며, 다른 풍성호 4명과 건설호 5명, 창동호 1명은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은 당초 재심 첫 공판이라 심리 공판으로 예정됐으나, 김 판사의 판단으로 이날 구형과 변론, 판사의 선고까지 한꺼번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같은 사건으로 처벌받은 다른 어부들이 재심에서 이미 무죄 선고를 받아 열리는 재판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고에 앞서 지난 2020년 7월 15일 창동호 선원 4명이 속초지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지난 8월 31일에 다시 1명이 추가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또 지난 11월 9일에는 건설호 선원 1명, 풍성호 선원 2명이 속초지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재심 무죄 선고로 풍성호 7명, 건설호 6명, 창동호 6명의 납북귀환어부 중 단 한 명의 누락도 없이 모두 반공법 위반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되었다.
이날 재판에서 속초지청 조영민 검사는 전원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으며, 변호사들도 모두 무죄를 요청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배석한 가족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풍성호 고 최○○씨의 아들은 “부친은 북에 갔다 왔다는 사실을 자식들에게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살아 계실 때 나는 망했다고 자주 한탄를 했다. 부친이 북에 납치되기 이전에 삼촌이 납북되어 돌아오지 못한 상태였다. 북한에 동생이 있다는 이유로 부친은 더 심하게 감시를 받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끌려가셨다. 가족을 위해 배를 타다가 억울하게 납북되셨는데, 돌아가실 때까지도 부인과 자식들한테도 이야기를 못한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건설호 고 안○○씨의 딸은 “어렸을 때라 자세한 건 모르지만, 부친이 남한에 돌아온 이후 많이 아프신 것만은 기억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건설호 고 송○○씨의 아들은 “부친이 납북되었다가 돌아온 이후 부친께 왜 항상 젊은 사람이 우리 집 주변을 맴돌며 감시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연좌제 피해로 아무 것도 안 되었다. 해외에 취업 나가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풍성호 고 김○○씨 아들은 “부친이 가족 생계를 위해 가진에서 거진으로 가서 배를 타다가 납북되었다가 돌아왔는데, 이후 경찰시험에서 신원조회로 탈락하는 등 연좌제 피해를 많이 입었다.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11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들이 제일 고생하셨겠지만, 가족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가족들도 불이익과 고초를 많이 당하신 것 같다. 법원 구성원의 한사람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지난 12월 21일 속초지원에서 열린 납북귀환어부 재심에서 11명 전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어, 재판에 참석했던 유가족들과 지원단체 관계자들이 법원 앞에서 함께 무죄선고를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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