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 사회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가 갈망하는 유토피아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희망이며, 목표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끊임없는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 이에 어느 정권이든 국민을 위한 최선의 정치를 하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기조와 방향이 중요하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왔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소득 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관련 법률 개정 등이 모두 그 일환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불공정으로, 부동산 정책은 ‘자산 불평등’이 오히려 심화되어 강도 높게 비판하며 ‘불공정’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의 타당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자의적 기준을 보편타당한 공정의 정의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사회적 갈등만 커질 뿐, ‘공정한 사회’는 요원해진다. 평등이란 무엇인지, 공정이란 무엇인지, 정의란 무엇인지, 규정에 대한 논의 절차와 합의 없이 정책 결정과 실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가령, 부동산 불법 투기의 상징인 LH 임직원 신도시 투기 등의 발생은 현실과 괴리된 정부 정책으로 특정 집단에는 공정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다른 집단에는 불공정하게 작용하게 되었다. 검찰개혁의 기준과 국민적 합의의 불충분, 잇단 성 추문에 대한 애매모호한 입장 견지 등에 대해 일반인은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정부의 정책이 특정 이념이나 편향된 시각으로 공정과 정의를 주장하다 보면, 오히려 원치 않은 불공정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 공정과 정의를 앞세워 호응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와 많은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했다. 공정, 정의에 대한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 사회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가치관에 따라 그 의미나 해석, 규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선한 본성이라고 여기는 공정, 정의를 향한 갈망은 현실에서 부를 추구하거나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하철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공정과 정의의 실현이라 한다. 그러나 정규직의 공정 정의는 비정규직엔 불공정 불의가 되고, 비정규직의 공정 정의는 정규직엔 불공정 불의가 되는 극단적인 자기 위주 편향 현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공정의 기준 그 자체가 공정해야 한다. 기준 자체가 공정과 정의를 상실하고, 특히 국가 정책결정자 같은 권력층의 생각과 판단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면, 그 폐해는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가령, 정치권에서 의회의 다수당이나 정부 여당이 옳고 그름의 문제를 자신들의 가치·이념·논리에 의해 편협된 시각과 기준으로 치우친 공정과 정의를 주장하고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법과 제도 및 정책으로 산출되어 실제로 적용이 된다면 사회정의와 공정은 오히려 생각하지도 않은 불의와 불공정으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유발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만의 기준에 의해 제시된 정의와 공정은, 또 다른 주장을 하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게 되어 또 다른 불공정을 가져오게 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공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립 관계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입장을 대표성을 가진 기관이 조정하여 결정할 때 양편의 주장과 논리를 모두 경청하여 반영해야 한다.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어느 일방의 편을 들어 의사 결정하게 되면 결코 공정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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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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