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노학동 정수호씨
홀로 월세방에 살며 직장암 4기 투병 중
속초 노학동의 한 월세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정수호(61, 가명)씨는 몇 달 전 직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다. 지난 9월 길에서 쓰러져 행인의 신고로 속초의료원에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고, 강릉아산병원에서 최종적으로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지금까지 두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고 이달 말 3차 항암치료가 예정돼 있다. 암 판정 후 63㎏이던 몸무게가 50㎏으로 줄었다.
서울에서 살던 정씨는 치매를 앓던 모친의 요양을 위해 원주로 이주했다가 모친이 세상을 떠난 후 충주를 거쳐 2020년 속초로 옮겨 일용직을 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져 일을 하지 못해 월세 보증금을 모두 소진하고 여관방, 찜질방을 전전해야 했다. 그러다 갑자기 쓰러졌고 직장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형제가 있지만, 연락이 끊긴 상태다.
정씨는 속초의료원 공공의료팀과 교동주민센터의 도움으로 어렵게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다. 의료원에서 퇴원 후 주민센터에서 여관에 임시거처를 마련해줘 지내다 지난 11월 초 현재 살고 있는 월세방으로 옮겼다.
정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비와 주거비, 의료비를 지원받아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강릉아산병원을 오가는 교통비와 부대비용을 감당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항암치료 중에는 3박 4일간 입원해야 한다.
항암치료를 견디기 위해서는 생활이 안정되고 고단백식을 먹어야 하지만, 아픈 몸으로 혼자 지내는 데다 생계비 58만원으로 월세(25만원)와 전기세, 교통비 등을 충당하고 나면 영양식을 섭취하기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대장에 궤양이 생겨 항암치료 중 출혈이 심해 음식을 잘 먹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한다. 소량을 자주 먹어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 3회 도시락을 지원해 주고 있다.
항암치료는 이제 초기로 앞으로 얼마나 더 받아야 할지 모른다. 기본 체력이 받쳐줘야 항암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데, 날씨는 추워지고 막막하기만 하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이영미 간호사는 “중증 암 투병 중인 어르신은 적절하게 영양식을 섭취해야 체력이 뒷받침돼서 항암치료를 견뎌내고 치료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수급비 외에 경제적 수입이 전혀 없어 주변의 도움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정수호 씨가 지난 13일 노학동 월세방에서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이영미 간호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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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거진읍 심부자씨
가장 힘든 건 추위도 배고픔도 아닌 치통
지난 13일 동해안에 종일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강한 바람으로 바다에서 해수가 날려 마을은 뿌옇게 변했고 시내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은 두꺼운 장갑과 목도리를 두르고 잰걸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마침 이날은 거진읍 벌평로에 사는 어려운 이웃을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심부자(53, 가명) 씨는 거진읍 외곽의 한 정비업소 조립식 창고에 살고 있었다. 작고 마른 체구에 두꺼운 외투를 걸쳤지만 헐렁한 내의 속으로 살이 훤히 보였다. 방 안에는 TV와 전기포트, 전기밥솥, 몇몇 옷가지가 전부다.
동행한 고성군청 이진숙 사회복지사는 “매일 라면과 햇반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후원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추운 겨울이 오면서 집주인의 배려로 전기패널이 깔린 방으로 옮기게 됐다. 심 씨는 바닥은 난방이 되지만 외풍이 심해 날씨가 춥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추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심 씨는 거진이 고향이다. 가족으로 누나 1명과 여동생이 타지에 살고 있다. 같이 살던 어머니가 2010년 사망하고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던 중 2017년 충주 누님 집으로 이사했다. 누님 또한 어렵게 살며 동생을 보살폈지만, 최근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동생을 돌보기가 어려웠다. 이때 심 씨는 술과 무전취식 문제로 여러 차례 교도소에 수감되는 등 아픈 누님이 보호하기에는 어려웠다고 한다. 심 씨는 우여곡절 끝에 작년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은 이미 폐허가 됐고, 토지 주인이 집수리를 동의해 주지 않아 거처할 곳을 찾지 못했다. 돈 한 푼 없어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을 때 동네 형이 지금의 거처를 마련해 줬다고 한다.
그러나 심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추위도 배고픔도 아닌 치통이다. 매일 진통제를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했다. 저녁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매일 술을 마시게 되고, 통제력을 잃고 한꺼번에 기초생활수급비를 탕진하기 일쑤였다. 심 씨는 기초생계비 58만원과 장애수당 4만원 등 62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심 씨는 의사소통이 안 되고 체력이 약해 일은 전혀 하지 못하고 지인의 농사일을 거들며 도움을 받고 있다.
이 복지사는 무엇보다도 심 씨의 치아를 고쳐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 8월 치과병원을 찾았는데, 잇몸 치료와 일부 틀니 제작비 등에 900만원에 든다고 했다. 이때부터 심 씨를 도우려고 발 벗고 나서 지역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기탁을 통해 현재 300만 가량의 후원금을 마련해 놓았다. 이 복지사는 “먼저 아픈 치아를 치료해야 알코올 관련 치료도 시작할 수 있다”며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성낙규 인턴기자 nk_2232@naver.com
심부자 씨가 지난 13일 고성군청 복지사(왼쪽)와 상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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