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중 관악부와 쌍생아, 조양교회 관악단
2004년은 우리 지역 관악단 창단 풍년의 해였던 것 같다. 이미 소개한 바와 같이, 2004년에 강현중학교 관악부가 창단되었다. 그리고 그해, 우리 지역에 또 하나의 관악단이 창단되었다. 조양감리교회 관악 중주단이었는데, 우리 지역에서는 유일한 교회 관악단이었다. 2005년 4월 11일과 10월 5일자 <설악신문>에도 관련 기사가 게재된 바 있고, 악단 이름은 ‘기드온관악단’이다.
필자는 그 악단에서 지휘와 편곡을 담당했었다. 하지만 연주 인력이 부족하여 연주 단원으로도 활동했었다. 상황에 따라 여러 금관악기를 불었는데, 그중에서도 주로 ‘유포늄’이란 악기를 불었다. 유포늄(Euphonium)…. 유포니움, 또는 유포니엄이라고도 하는 이 악기는 독자분들에게 좀 생소할 것 같다. 유포늄은 튜바처럼 생긴 금관악기이다. 작은 튜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사진 맨 오른쪽 악기) 하지만 역할은 튜바와 다르다. 튜바는 베이스 역할을 하는 악기이지만, 유포늄 멜로디 악기이다. 그런데 당시 조양교회 관악단에는 튜바 파트가 없었다.(지금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멜로디 악기인 유포늄을, 베이스 파트 역할을 하게끔 편곡을 하여 연주를 했었다.
관악단 단장은 양승범 장로님이셨다. 교회 악단이었기에 단원들 대부분은 교인들이었다. 하지만 교인이 아니더라도 입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습 단원도 모집하여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당시, 비(非) 교인 단원으로 입단했던 분은 송회현 단원이었다.(지금은 집사님이라고 함) 트럼펫 파트에서 활동하셨던 송회현 단원은 직업 군인 출신이었는데, 단원들 중에서는 가장 연장자셨다. 하지만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분이셨다. 입단 전부터, 우리 지역 곳곳을 누비며 활발한 야외 연주 활동을 하셨었는데, 그래서 웬만한 속초시민들이라면 다 아실 정도로 유명인이셨다.(최근에는 건강이 안 좋으셔서 활동을 접으셨다고 한다.)
강푸른(트럼펫)과 김희정(트럼본) 단원은 연습 단원이었다. 이들은 당시 속초여고 재학생이었다. 연습 단원으로 입단하였지만, 둘 다 재능이 뛰어나 정단원 못지않은 연주력으로 함께 활동했었다.
각 파트별 단원들 명단은 다음과 같다.(창단 초기 무렵 기준, 1년 이상 활동한 단원들)
△플루트: 홍상기 △알토색소폰: 양승범 △소프라노 및 테너색소폰: 최금락
△트럼펫: 송회현, 김형규, 이애숙, 김종호, 강푸른
△트럼본: 문재규, 김희정, (임수철) △유포늄: 임수철, (문재규)
음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당시, 단원들은 군악대 출신을 포함하여 대부분은 학교 관악부 출신이었다. 색소폰 파트 최금락과 트럼펫 파트 송회현, 김형규 단원은 학교 관악부 출신이었고, 트럼본 파트 문재규 단원은, 학교 관악부 출신이면서 2군 사령부(지금의 제2작전 사령부) 군악대 출신이었다. 플루트 홍상기, 트럼펫 김종호 단원은 대학 전공자 출신이었다.
사회인 관악단이다 보니 단원들의 직업이나 연령, 출신 등이 각양각색이었다. 양승범 단장님은 초등학교 교장이셨고, 김종호 단원은 현역 직업 군인이었다. 피아노 조율사 출신 문재규 단원은 삼익피아노 속초대리점 사장이었는데, 아주 다재다능한 분이었다. 그렇다 보니 관악단의 온갖 궂은 일들을 다 했었다. 한 마디로, 악단의 머슴 같은 역할을 했던 분이었다. 지금도 머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파트는 원래 트럼본이었는데, 상황에 따라 유포늄을 연주하기도 했다.
단원들의 연령대는 10대 후반에서부터 50대 후반까지 아주 넓었다. 하지만 이 모든 차이들을 뛰어넘어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회 관악단 창단과 운영이 어려운 이유
조양교회 관악단의 음악적 영향력은 대단했던 것 같다. 평소 예배 시간에는 물론이고, 교회 절기 행사 때 연주는 더욱더 그랬다. 예를 들어 성탄절 때는, 예배 전과 예배 직후 교회 마당에서 캐럴 음악들을 메들리로 연주하곤 했는데, 관악단 덕분에 성탄절 분위기가 몇 배는 더 살아나곤 했다.
정기 연주회도 개최했었다. 그리고 사회봉사 차원에서 학교, 병원, 아파트 단지 등에서도 공연을 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회 홍보도 되었다. 그러자 타 교회에서도 관악단 창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조양교회보다 음악 여건이 더 나은 교회에서도 창단을 하지 못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렇다. 교회 관악단에는 반드시 전속 편곡자가 있어야 한다. 성가대용 악보와는 달리 교회 관악단용 악보는 판매하는 데가 없다. 교회 관악단은 성가대처럼 파트 편성이 표준화될 수가 없고, 악보 수요도 극히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주하려는 곡을 하나하나 모두 편곡을 해야 한다. 그런데 관악 편곡은 현악 편곡보다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현악기에 비해 연주적인 제약이 많은 관악기는, 편곡 때 호흡·음역·음색·음량 등등 음악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관악기는 이조(移調: 조옮김) 악기가 많다는 것도 불편하다. 이조 악기는, 악보상의 음높이와 실제의 음높이가 다른 악기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알토색소폰은 악보상의 음보다 장6도 낮은 소리가 난다. 그래서 악보에 있는 C음을 불면, 실제로는 C음 보다 장6도가 낮은 Eb음이 난다. 이런 알토색소폰을 Eb조 악기라고 한다. 테너색소폰은 Bb조 악기인데, 악보의 C음을 불면 실제 음은 장9도(1옥타브+장2도)가 낮은 Bb음이 난다. 그래서 만약 알토색소폰과 실음(實音) 악기인 플루트나 트럼본과 함께 연주할 경우, 장6도 높은 조(調)로 올려 연주해야 한다. 이래서 관악기 편곡은 실음(實音) 악기인 현악기 편곡보다 좀 더 복잡하다.
관악 전문 편곡자는 전국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교회 관악단은 창단이 되어도 운영이 쉽지가 않다. 교회 재정이 아주 넉넉하다면, 외부 전문 편곡자에게 의뢰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악단 특징에 잘 맞는 편곡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같은 악단 소속의 편곡자가 편곡을 해야 맞춤복같이 악단 특징에 딱 맞는 편곡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좀 많이 걸리더라도 교회 자체에서 전속 편곡자를 양성해야 한다.(요즘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어서 예전의 아날로그식 편곡 방식보다 좀 더 빠르고 편하게 터득할 수가 있다.)
필자가 떠난 후 조양교회 관악단도 편곡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연주 단원수도 많이 줄어서 현재 고정 단원은 황남용 장로님, 백정권 권사님, 백순복 집사님, 그리고 창단 멤버였던 김형규 권사님, 문재규 집사님 이렇게 5명 정도뿐이라고 한다. 그런 데다가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서 최근 2년 가까이 활동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창단 이후 거의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관악단이 유지되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 같다. 일인다역 고군분투하고 있는 문재규 집사님, 그리고 창단 역사와 함께 여전히 트럼펫 파트 자리를 지키고 계신 김형규 권사님의 공로가 참 큰 것 같다.
이런 열혈 단원이 있는 한 언젠가는 관악단의 새로운 전성기가 올 것이라 믿는다.
조양감리교회 관악단 야외 연주 모습.
임수철
작곡가·전 음악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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