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송지호에서 수만마리로 추산되는 전어가 폐사한 채 발견됐다. 현장을 찾은 전문가는 용존산소의 부족으로 추정했다.
지난 8일 기자가 송지호 호숫가를 따라 확인한 결과 폐사한 전어들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7~15cm 정도였고, 눈 주변과 몸통에 피가 퍼져 있는 듯 붉게 보였다.
송지호 전어 집단 폐사는 지난 7일 오후 장석근 오봉교회 목사가 호숫가를 뒤덮은 폐사한 전어들을 찍어 SNS에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장 목사는 “최근 바람이 몹시 불던 날에 호숫물이 검게 변한 것을 목격했다”며 “지난 7일 오후 전어 떼가 폐사해 호수 남쪽 호숫가로 밀려왔고 안 보이던 갈매기 떼도 호수 중앙에서 목격됐다. 경험으로 볼 때 갈매기가 호수로 날아들 때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어 집단 폐사가 최근 갯터짐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환경 관련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현장을 찾은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 최재석 교수는 “맨눈으로 전어사체 상태를 봤을 때 집단 폐사의 원인은 ‘용존산소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여름철에 수온의 변화로 폐사하는 어류는 몸체가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송지호에서 폐사한 전어들은 입을 벌린 채 죽어 있고 혈관이 터져 붉은색을 띠는 것으로 보아 용존산소 부족에 따른 폐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동해안 석호 대부분 수심 3m 이하에 무산소층이 존재한다.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송지호도 무산소층과 바닥에 쌓여 있는 퇴적층이 최근의 강한 바람에 의해 뒤집어지는 턴오버 현상이 일어났다면, 물은 탁해지고 용존산소량이 급격히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전어는 일정 염분기가 존재하는 남쪽 호수 중앙 깊은 곳에서 폐사해 바람을 타고 호숫가로 흘러왔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 교수는 또 “고성군은 전화통화에서 2일 전부터 전어 폐사가 확인돼 폐사를 방지하고자 ‘갯터짐’을 실시했다고 했다”며 “이는 성급한 결정이었다. 급격한 방류로 수심이 매우 낮아져 재첩과 조개 등도 폐사 위기에 놓이게 됐다. 폐사가 발견되면 먼저 전문가 집단과 협의를 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현장에 나온 고성군 환경과 관계자는 “지난 6일 송지호의 전어가 폐사했다는 보고를 받고 전어들이 바다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죽왕면에 요청해 ‘갯터짐’을 실시했다”며 “그날 죽은 전어를 수거한 결과 작은 자루로 두 포대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어 “호수 바닥에 많은 퇴적층이 쌓이면서 환경이 너무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퇴적층은 비가 많이 내린 만수위에서 갯터짐과 함께 빠져나가며 정화된다. 그러나 현실은 농지나 지역민의 안전 문제로 수시로 갯터짐을 하기 때문에 정화효과를 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전어 떼죽음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폐사한 어류는 신속하게 수거 처리하겠다”며 “차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생태계 복원 사업을 면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낙규 인턴기자
고성군 송지호 남쪽에 수만마리의 전어가 폐사해 호숫가로 밀려와 있다.
최재석 강원대학교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 교수가 현장에서 폐사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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