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만에 열린 납북귀환어부사건 재심 공판에서 과거 잘못된 기소를 인정하는 검사 무죄 구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6일 오후 2시 30분 강릉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열린 무진호 선장 고 손용구 씨와 삼창호 선원 고 김달수 씨에 대한 재심 결심공판에서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황인혜 검사는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납북귀환어부사건 재심에서 검사의 무죄 구형은 지난 8월 17일과 10월 26일 속초지원 법정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이어 세 번째이다. 앞선 검사 무죄 구형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결정을 받거나 공동피고인이 무죄로 이미 확정되어 개시된 재심 재판이었다. 그러나 이번 검사 무죄구형은 피해자 가족이 자력으로 신청해 개시된 재심 공판에서 검찰이 과거의 잘못된 기소를 스스로 인정하고 무죄를 구형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사례는 향후 다른 납북귀환어부사건 재심 진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반공법상 탈출죄의 근거가 되는 월선어로행위에 대해 피고인들의 진술 외에 다른 입증 자료가 없음이 확인되었으며, 피고인들의 심문 진술도 불법구금 상태에서 이뤄져 임의성이 없다는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달리 검사의 반박이 없었다.
재판부의 구형 요청에 검사는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고, 변호사도 검찰의 구형대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판부는 재심 신청인인 가족에게 별도의 발언 기회를 줬다. 고 손용구 씨 딸 손○○씨는 “아버지는 아무 죄 없이 끌려갔다 와서 평생의 한을 풀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지금 어머니가 많이 연로하신데, 살아계실 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 김달수 씨 딸 김○○씨도 “이 일을 접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 아버지는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죄인처럼 살다가 돌아가셨다.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씌워진 간첩의 딸이라는 혐의를 반드시 벗고 싶다. 아버지는 죄가 없다”라고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호소했다.
무진호·삼창호사건 재심은 검사의 무죄구형이 있었던 만큼, 내년 1월 12일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무죄선고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진호 선장 고 손용구 씨는 1972년 8월 30일, 삼창호 선원 고 김달수 씨는 1972년 8월 23일 각각 오징어잡이에 나갔다가 배와 함께 납북·억류되었다가 다음 달인 9월 15일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두 사람은 귀환 즉시 강릉으로 끌려가 불법 구금상태에서 심문 조사를 받고 구속, 재판에 회부되어 강릉지방법원에서 반공법 위반 및 수산업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지난해 12월 10일 결성된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의 도움으로 고 손용구 씨의 딸 손○○씨는 올해 1월 24일, 고 김달수 씨의 딸 김○○씨는 올해 3월 25일 변호사를 통해 재심을 청구해 지난 9월 2일 재심 개시가 결정되어 지난 10월 18일 1차 공판이 열렸다. 고 김달수 씨는 1972년 삼창호 납북 말고도 1968년 1월에는 신광호를 타고 속초항에서 명태잡이에 나갔다가 납북되었다 돌아와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고초를 겪었다. 신광호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 6월 2일 춘천지방법원에 재심 청구가 접수되어 있다. 엄경선 전문기자
지난 12월 6일 강릉지원에서 무진호·삼창호 납북귀환어부사건 재심 결심공판이 끝나자 참석 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검사 무죄구형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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