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은 우리의 성공은 정말 온전히 내가 이룩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는 오로지 능력으로만 평가받는 사회는 있을 수 없으며, 올바르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가진 몫이 운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보다 겸손해지게 된다. 그러나 완벽한 능력주의는 그런 감사의 마음을 제거한다. 또한 우리를 공동 운명체로 받아들이는 능력도 경감시킨다. 우리의 재능과 행운이 우연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할 때 생기는 연대감을 약화시킨다. 그리하여 능력은 일종의 폭정 혹은 부정의 한 통치를 조장하게 된다.”고 말한다. 오히려 능력으로만 평가받는다고 믿어지는 사회는 불행하고, 공동선이 무너진 사회라고 말한다. 능력주의 사회는 자신의 부와 명예를 자신의 능력에서 찾는다. 그는 “학력주의 편견은 능력주의적 오만의 한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능력주의에 더욱 물들게 되면서, 엘리트들은 출세하지 못한 사람들을 깔보는 버릇마저 들었다. 대학에 가서 자신의 조건을 향상시키라고 노동자들에게 골백번 되풀이하는 말은 아무리 의도가 좋을지라도 결국 학력주의를 조장하고 학력 떨어지는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과 명망을 훼손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신의 성공은 자식의 덕이며, 자신의 패배는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성공이 자신이 잘났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무시한다. 반대로 패배한 사람은 자신의 실패가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라 생각하고 자책한다. 결국 이런 식의 사고는 성공한 자에게 오만을, 패배한 사람에게는 굴욕을 선사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성공은 스스로 쟁취한 성공이 아니며, 누군가의 패배는 결코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이처럼 능력주의의 문제는 자신의 재능과 능력, 자기가 잘나서 얻어낸 마땅한 결과라고 믿기 때문에, 가중되면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으로 이어져 차별을 가져온다. 이는 정치적인 지배와 피지배 세력간의 갈등과 권력투쟁으로, 경제적으로는 경제력 집중과 독점과 투기, 불로소득 등 불공정한 경제 행위에 의한 빈부격차에 의한 불평등 심화, 사회적으로 이기주의 확산과 사회에 대한 불신 증가 등에 의한 공동체 파괴를 가져온다. 능력주의 사회는 삶에 있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 가지를 간과한다. 바로 ‘운’이라는 것이다. 단지 세상이 요구하는 능력과 내가 타고난 능력이 우연히 일치했기 때문에 즉, 운이라는 것이다. 어떠한 사람의 성공도 결코 한 사람의 능력 덕분일 수 없다. 주변의 도움, 주변 환경, 적절한 기회, 더 나아가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뛰어난 유전자까지. 이러한 외부 요인은 모두 한 사람이 쌓아 올린 능력이 아니다. 이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운’일 뿐이다. 그는, 결국 내가 성공한 것은 운의 요소가 크기 때문이라 성공했다 해서 오만에 빠지지 말고, 내가 실패한 것도 꼭 내가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운이 나빠서 그런 것이니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개인의 재능은 행운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타고난 재능을 높게 평가해주는 사회를 타고나는 것 또한 행운이다. 팔씨름에 재능있는 사람은 축구에 재능 있는 사람에 비해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 재능이 없다면 모두가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 성별, 시기 등 여러 변수에서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실력있는 축구선수라도 남성일 경우는 프로축구가 활성화되어 있어 참여기회도 많으며, 성적의 결과에 따라 부와 명예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기회 자체가 적으며, 아무리 뛰어난 결과를 도출했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부와 명예를 획득하기가 쉽지 않다. 즉 노력만으로 공평하게 획득할 수가 없다. 센델은 ”능력주의의 금과옥조는 ’우리는 개인으로서 우리 운명의 책임자다‘라는 도덕률이다. 우리가 성공하면 우리가 잘한 덕이며, 실패하면 우리가 잘못한 탓이다. 사기를 올려주는 말 같지만, 개인 책임에 대한 집요한 강조는 우리 시대의 불평등 상승 추세에 대응할 연대의식이나 연대 책임을 떠올리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태어날 때부터, 가족제도가 없어지지 않은 이상, 공정함이라는 건 존재할 수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집안의 재력과 그로 인한 문화, 사회적 차이와 형성된 가치관들이 공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능력주의 사회는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굴욕을 선사하는 시스템이란 점을 설명한다. 가령,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한 말이 기억난다. ”돈도 실력이고, 부모를 잘 만나는 것도 실력“이라는 말이다. 조국의 딸 조민의 부정 입학 사례와 같이 우리 사회를 둘러싼 이 불평등은 사라질 수 없다. 부모는 늘 자식들이 당신보다 같거나 더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득에 차이가 있는 가정일수록 자녀를 위한 행동이 천차만별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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