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의 모교인 속초고등학교에서 전국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재학생 중 한 학생이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이 사진에는 한 선생님이 여러 학생들을 얼차려 주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인터넷에서의 반응은 예상만큼이나 혹은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많은 댓글들이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했고 각종 언론사에서 추가 취재되며 방송에까지 오르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경위와 전후 사정에 대한 심도 있는 취재와 설명은 부족했다.
경위는 이러했다. 각 학년의 반장과 부반장은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급식 봉사를 하게 되어있고, 이런 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만큼 성실히 수행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하는 학생들이 발생했다. 이에 학생지도 담당 선생님이 훈계의 차원에서 모든 반장 부반장 학생들을 모아서 10여 분간의 훈화와 함께 1분여간 ‘엎드려뻗쳐’를 시킨 것이다. 이를 본 한 학생이 사진을 찍었고 또 다른 학생이 이를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이로 인해 이번 사안은 일파만파로 커졌고 급기야는 교육청, 시청, 경찰서 등 유관기관의 조사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사안에 대한 의견들은 크게 엇갈렸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군대에서도 안 하는 얼차려를 학생들에게 하느냐는 의견들과 저 정도의 훈육도 이뤄질 수 없다면 선생님들이 학생지도를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의견들이었다.
사실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고착된 잘못된 훈육들이 만연했었다. 몽둥이, 전깃줄, 쇠자 등 각종 도구를 이용한 학생들에 대한 폭력이 다반사로 일어났었고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미화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학생들의 인권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교육의 흐름도 변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인 것인지 요즘에는 오히려 교권 침해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주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만 해도 학내에서 쉬쉬하고 은폐하자는 말이 아니라 정당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학생과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 생략되었음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몇몇 학생들의 행동이 이번 사안의 처리 결과에 따라 선생님들을 옭아매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이번 사안을 보도한 여러 매체들 가운데 어느 언론의 기사 말미에는 속초고등학교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다. 과거 대학 진학률이 강원도 상위권인 명문 공립 고등학교라고. 이 기사에서 눈여겨보게 된 부분이 ‘과거’와 ‘명문’이라는 단어였다. 명문이라 함은 결코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수십 년 혹은 그 이상의 많은 시간들이 축적된 우수한 결과물들의 반증으로서 표현될 수 있는 것일 것이다. 또한 과거라 함은 현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번 사안을 통해서 속초고등학교가 학생과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가 되기 위한 과정이길 바라고, 더불어 과거에 국한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인 진정한 명문고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이번 사안을 조사하고 있는 유관기관들도, 자극적인 기사만 쏟아내고 깊이 있는 취재에는 무책임한 언론들과 수시로 바뀌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당당히 교권도 학생들의 인권도 지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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